수출 규제에 소송까지…악재 쌓이는 美반도체주 [GO WEST]

입력 2022-09-02 19:12
수정 2022-09-02 19:12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 보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간밤 뉴욕 증시 상황은 어땠습니까?

<기자>

네. 간밤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는데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그러니까 긴축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인식에,

주요 지수가 대체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겁니다.

보시는 것처럼 다우지수가 0.46%, S&P500이 0.30% 상승했지만,

나스닥지수는 0.26%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월가 전문가의 분석을 직접 들어보시죠.

[팀 코트니 / 익센셜 웰스 어드바이스 최고투자책임자: 시장은 지난 몇 달 동안 그랬던 것처럼 오늘 다시 금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채권과 같은 금리에 민감한 자산을 볼 수 있지만 시장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성장주도 2~2.5% 하락했습니다. 상당히 떨어진 것이죠.]

통상 금리 인상은 성장주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를 끌어내린 건데요.

나스닥 지수에서도 엔비디아, AMD, 퀄컴과 같은 반도체 종목은 낙폭을 키운 반면에,

넷플릭스나 알파벳 같은 빅테크 종목은 상승했습니다.

<앵커>

반도체 주만 왜 유독 이런 흐름을 보인 겁니까?

<기자>

특히 엔비디아 주가가 전장보다 8% 가까이 떨어졌는데요.

여기에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수출에 제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는 현지시간 31일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26일,

AI용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죠.

<앵커>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의 타격이 크겠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이번 수출 제한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 GPU 가운데 AI용 반도체인

A100과 H100 등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는데요.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에만 4억 달러, 그러니까 약 5,400억원 어치 물량을

중국에 수출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특히 이번에 수출이 금지된 칩은 데이터 센터에서 활용되는데,

엔비디아의 양대 매출 축은 게이밍과 데이터 센터죠.

특히 최근에는 데이터 센터 부문이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엔비디아의 주가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앵커>

이번 규제는 중국에만 수출이 제한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는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하는 제품에 적용되지만,

엔비디아에 러시아 고객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 AMD 역시 AI용 반도체인 'AMD 인스팅트 MI250'이 동일한 규제를 받았는데요.

이 영향으로 AMD 주가 역시도 2.99% 빠지는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AMD의 경우 전 세대 제품인 MI100 수출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엔비디아에 비해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미국의 이런 행보, 역시 중국에 대한 견제가 목적이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서 "중국이 무기 개발이나 정보 수집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물론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인공위성 촬영 이미지나 정보 당국이 감청한 채팅, 이메일 등 방대한 데이터를 걸러내는

군사용 첨단 컴퓨팅 기술에도 두 기업의 반도체가 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기업의 반도체가 없을 경우에 AI 기술의 핵심인

이미지,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등의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의 AI 역량이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앵커>

사실 이런 미국의 조치가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이미 미국은 최근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서

한국, 일본, 대만 등과의 '칩4 동맹'을 추진했죠.

여기에 지난 달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나 기술에 대한 수출과 투자를 금지하는 규정을 담은

'반도체 과학법'에도 서명한 바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건데,

이번에는 자국 기업의 수출길까지 동원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앵커>

미국 기업들의 피해까지 감수한다, 반발은 없습니까?

<기자>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이후에

"정부가 중국에서 H100 AI 칩을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며

"H100 칩 개발에 필요한 수출, 재수출 및 국내 이전도 승인했다"고 밝혔는데요.

쉽게 말해서 미국에서 생산된 AI 칩은 수출이 불가능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것은 용인해 준다, 이런 말이죠.

CNBC는 이에 대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엔비디아의 승리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 정부가 '탈중국'을 위한 유예 기간을 준 것에 가깝다는 분석이 더 지배적입니다.

<앵커>

반도체 주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겠습니다.

<기자>

네. 이달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92%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죠.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 경제의 영향으로

반도체 업황이 우려되는 시점인 데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큰 악재입니다.

특히 간밤에는 2.35% 떨어진 퀄컴에도 이슈가 있었는데요.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퀄컴과 퀄컴이 최근 인수한 누비아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앵커>

소송을 제기했다, 무슨 일인가요?

<기자>

쟁점은 퀄컴이 지난해 인수한 누비아의 칩 디자인을 퀄컴이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ARM은 누비아가 자사의 라이선스를 사용해 반도체를 설계했으며,

퀄컴이 같은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유사한 CPU 설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퀄컴이 자사의 허가 없이 누비아의 칩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자 상표권 침해라는 겁니다.

퀄컴은 누비아를 스마트폰이나 PC에 들어가는 칩 전략의 핵심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누비아가 라이선스한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된다면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앵커>

그래서 엔비디아, AMD, 퀄컴이 일제히 좋지 않은 흐름을 보였군요.

<기자>

네, 하지만 반도체 주 가운데 마이크론은 유일하게 1.28% 상승해 대조를 보였는데요.

이날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 주 보이즈 메모리칩 제조 시설에

향후 10년간 150억 달러, 약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최근 마이크론이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과학법의 수혜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인 것이죠.

<앵커>

반도체 주, 희비가 엇갈리는데 월가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반도체 주에 악재가 겹치며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씨티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데인리는

"반도체 업황이 10년 만에 최악의 하강기로 접어들었다"며

반도체 주가 25%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특히 엔비디아의 전망, 좋지 않습니다.

스테이시 레스건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목표 주가를,

종전 210달러에서 180달러로, 30달러나 한꺼번에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관련 매출이 4억 달러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죠.

<앵커>

여러 변수가 있지만 역시 미중 갈등이 큰 문제군요.

<기자>

미중 갈등의 타격이 당장은 엔비디아 등에 국한된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반도체 산업 전반에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CEO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피터 시프 / 유로퍼시픽캐피털 CEO: 자유 시장이 직접 결정을 내려야지, 정치인들이 자본 할당을 결정하는 중앙 계획 경제가 돼서는 안 됩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이상적인 할당이 어려워지며 결국 모두에게 손해로 돌아가게 됩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조치가 미국의 기술 패권주의라고 비판했는데요.

중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들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해,

전 세계 산업과 공급망의 안정을 저해할 것이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대만의 TSMC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까지도 우려하는데요.

제프리스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미국이 극단적인 조처 이전에 단계적으로 효과부터 평가할 것이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