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가운데, 영국에서 직종을 불문한 근로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현재 집배원과 통신회사 BT 직원들을 포함해 최소 15만5천여 명의 근로자가 파업 중이다.
여기에 철도노동조합 2곳이 이달 하반기께 추가 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교사, 의사, 간호사들도 수주 내 파업 투표를 앞두고 있다. 조합원 규모가 모두 합쳐 270만 명에 달하는 영국 양대 노조인 유나이트와 유니슨도 조합원들에게 연대를 호소하고 있어 동맹 파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분위기는 고물가로 촉발된 대대적 파업에 사회 서비스가 마비되는 대혼란이 빚어진 1978∼1979년 이른바 '불만의 겨울' 사태 이후 가장 두드러진 것이라고 CNN은 짚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영국은 7월 물가 상승률이 10.1%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씨티뱅크는 내년 1월에는 영국 물가 상승률이 18%를 넘어갈 수 있다고 예고했고, 골드만삭스는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물가 상승률이 22%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
영국의 평균 가계 전기세는 올해 들어 54% 치솟았고 내달에는 연 3천549달러(약 555만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영국 근로자들의 올해 4∼6월 평균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고유가와 물가상승에 실질 임금이 줄어들며 생계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셈이다.
키아라 베나시 킹스칼리지런던 부교수는 "영국에서 전 분야에 걸쳐 이런 정도의 혼란을 관측된 적이 없다"며 "육체노동자나 저숙련 노동자뿐 아니라 수련의와 엔지니어들, 바리스타, 학자, 교사 등 숙련직 종사자 역시 영향을 받는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지역을 불문하고 공통된 현상이긴 하지만, 영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스 의존도가 더 높아 에너지 위기발 물가 상승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영국 일반 가정은 전기료 급등 여파에 소비력이 기존보다 8.3%가량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이는 서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유럽 전체를 통틀어서도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별 격차도 유럽내에서 가장 컸다.
영국의 소득 상위 10%는 전체 소득 가운데 에너지값 지출 비중이 6.1%지만 하위 10%는 17.8%로 격차가 11.7%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영국에 사는 저소득층일수록 에너지값 급등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