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훈기를 더하던 극장가가 주춤한 모습입니다. 방역 조치가 풀리며 늘어만 가던 월간 관객 수가 지난달 처음 줄어든 건데, 줄지어 개봉한 블록버스터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데다 치솟은 관람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박승완 기자입니다.
<기자>
2022년 8월 한 달간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1,495만여 명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최고치였던 7월의 1,629만 명을 밑돌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327만 명) 바닥을 찍은 월간 누적관객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280만 명)부터 회복세에 접어든 바 있습니다.
영화 배급사들이 개봉을 미뤄둔 기대작들을 줄줄이 공개하며 성수기 관객 몰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외계인', '한산', '비상선언', '헌트' 등 한국 대작 영화 4편의 제작비를 합치면 천억 원을 웃돕니다.
이 중 손익분기점(600만 명)을 넘긴 건 707만 명을 동원한 '한산'이 유일합니다. 가장 많은 제작비 330억 원이 투입된 '외계인'의 관객 수(153만 명)가 최하위에 머물며 배급사 CJ ENM이 부진했습니다. 반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한산'에 더해 개봉 2달이 지난 '탑건'이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에 돌입, 관객 800만 명을 넘기며 여름 극장가의 승기를 잡았습니다.
기대작들의 부진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싸진 영화 가격도 관객들의 움직임을 바꾼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거 보다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만큼 개봉 직후 영화를 보기보단 앞선 관객들의 평가를 참고해 작품을 골라보는 경향이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노철환 /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 예전에는 할인을 활용하면 둘이서 3만 원에서 4만 원 사이에 팝콘도 먹고 영화도 볼 수 있었는데, 그게 5만 원까지 올라가니까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높아지고 엄격해졌다고 봅니다.]
치솟은 고정비로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급성장한 OTT로 인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점도 영화관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됩니다.
성수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아 쥔 극장가는 '공조', '모가디슈' 등으로 다가오는 추석 연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