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상황 속에서도 쌀값이 폭락하자 농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도심에서 열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 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29일 오후 서울역 12번 출구 인근에서 농민 총궐기 대회를 열고 "정부는 중장기적 쌀 산업 안정을 위한 특단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3차례 시장격리 조치에도 이달 15일자 산지 쌀값은 20㎏에 4만2천522원으로 작년 대비 23.6% 폭락했다"며 "정부의 늦장 대응과 미온적 대처로 만물 물가가 폭등해도 쌀값만큼은 20여 년간 정체와 하락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큰 폭의 쌀값 하락세는 쌀 산업의 근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필수 농기자재를 지원하고 쌀 시장격리 대책을 신속히 수립해 농가경영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 쌀값 대책 마련 ▲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 ▲ 농업예산 확충 ▲ 농산물 수입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참가자 9천여 명은 집회를 마친 뒤 '농민 생존권 보장', '쌀값 폭락 대응' 등 구호를 외치며 2개 차로를 이용해 서울역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삼각지역 방면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 과정에서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의미로 트럭에 실린 볍씨를 거리에 뿌리기도 했다. 한강대로 일대에서는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일부 참가자는 삼각지역 인근에 도착한 뒤에도 벼로 장식한 '쌀값 보장!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 등이 적힌 모형관을 들고 항의했고, 볏짚에 불을 붙여 경찰관이 소화기로 끄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민단체 연합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도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자재값과 인건비가 폭등하고 농민들의 부채 이자율도 폭등하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수확기 이후 농자재 구매비용과 부채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 많은 농민이 빚더미에 올라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