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 '충돌'...신사업 VS 전통

입력 2022-08-24 18:58
수정 2022-08-24 18:58
<앵커>

이 이미지는 포스코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담긴 본점 소재지 변경 내용입니다.

포스코 그룹은 올초 지주사 체제를 갖추면서 지주사인 포스코 홀딩스를 서울로 이전했습니다.

이에 포항을 등졌다는 이유로 포항시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결국 서울에서 포항으로 다시 돌려놓겠다는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줄로만 알았던 이 문제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산업부 송민화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최근에는 100명이 넘는 포항시민단체가 포스코 홀딩스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갖기도 했다면서요?

<기자>

먼저 준비한 영상을 보겠습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8일, 서울에 위치한 포스코 홀딩스 본사 앞에서 150여 명의 포항 시민들이 비를 맞으면서 집회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구성원들입니다.

이들이 비를 맞아가면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내년 3월까지 포스코 홀딩스 본점 소재지를 다시 포항으로 이전하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설치하라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내년 3월이라면 아직 시간이 남은 거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상경 집회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포항시와 범대위에 따르면 이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건 협의 내용이 아직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포항시는 TF를 구성하고 포스코홀딩스 TF와 한 달에 한 번씩 모두 여섯 차례 미팅을 가졌는데요.

크게 세 가지로 제시했던 사항이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포스코 홀딩스 본사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과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설치하는 것, 그리고 지역 상생 협력 사업으로 신규투자를 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수차례에 걸친 TF 회의에도 포항시 TF와 포스코가 이렇다 할 합의를 찾지 못하자 약속이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최정우 회장이 직접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한 인터뷰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포항시 상생협력 TF 관계자 : 40만 7,845명이라는 서명도 받고 그만큼 여기 지역에 대혼란을 또 가져오고 분란도 일으키고 이랬으니까 최정우 회장이 좀 빠른 시일 내에 지역에 와서 입장 표명 좀 해 주셨으면 좋겠다 했었는데 지금까지도 안 하시고 계신 것도 사실이고]

포항시 입장에선 연관기업까지 합하면 포스코가 70%가량 관여할 정도로 포항에선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상경 집회는 기업의 머리 격인 지주사의 포항 이전을 하루 빨리 되돌리려는 의도로도 풀이됩니다.

<앵커>

포스코 측 입장도 궁금한데요. 약속 이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범대위 논리에 뭐라고 하나요?

<기자>

네, 포스코 측의 입장을 들어보니 상생 협의안을 내놨을 때 본점 소재를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때 포항으로 다시 돌리기 위해서 협의한다는 문구가 들어갔고, 지금 포항시와 상생협의 논의를 계속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포항시 TF가 제시했던 다른 협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무리한 요구였다고 반박했습니다.

포스코 측은 회사의 아직 협의중인 사항이라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투자 정책에 따라 일정 규모 철강사업과 신성장 사업 투자를 약속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포항시가 이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투자를 요구해와서 제안에 응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애초에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포스코홀딩스 측이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적 한계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잘 아시다시피 너무나 유명한 포항에 기반을 둔 최대 규모의 철강회사입니다.

하지만 이제 철강에서 벗어나 미래 신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 입니다.

특히 탄소중립시대를 앞두고 전기차 배터리 소재나 수소사업과 같은 친환경 미래소재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야하기 때문에, 임원들이나 핵심 시설을 서울에 둬야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게 회사의 판단인 겁니다.

포스코홀딩스는 또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확보하는 부분에서도 지역보다는 서울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포스코홀딩스의 최정우 회장은 지난달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본사 이전 문제로 곤혹스러울 듯 한데요?

<기자>

네, 최 회장은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해 포스코 지분 5.02%를 보유한 2대주주 블랙록과 싱가포르투자청 등을 만나 지속적인 투자를 요청했습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사업 정체성을 바꿔나가기 위해 미래 신사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철강 회사에서 벗어나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힌 거죠.

앞서 올 초에는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공장 착공에 나서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와 투자 유치를 끌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본사 이전의 딜레마를 엿볼 수 있습니다.

포항제철과 포항이라는 상징성과 전통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제는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포스코홀딩스의 고민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범대위는 적절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석을 전후해 규모를 키운 상경 집회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충돌보다는 포스텍과 같은 교육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우선돼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