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에 대응해 러시아가 유럽으로 에너지 공급을 줄인 가운데,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공급하는 송유관 가동이 차질을 겪으면서 유럽 에너지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송유관 운영 주체인 '캐스피언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은 전날 흑해 수송터미널에 있는 계류지점 3곳 중 2곳이 시설 파손으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확인했다.
수중에 있는 관을 부력 탱크에 연결하는 부착지점이 파손돼 계류지점 3곳 중 1곳만 운영 중이어서 원유 수송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복구작업을 위해 업체를 물색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복수의 익명 소식통은 "계류지점 한 곳에서는 정상적인 터미널 처리 능력의 70% 이하만 처리 가능하다"면서 카자흐스탄이 이 송유관을 원유 주요 수출 루트로 삼고 있는 만큼 원유 공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CPC가 지난 6개월 새 여러 차례 수출량을 줄였고 이달 초에도 유전지대 유지보수를 이유로 공급량을 줄인 바 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유전 지대 유지보수가 끝나 생산량이 회복되면 송유관 가동 차질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다.
가스프롬은 노르트 스트림-1 가스 압축기의 유지보수를 가동 중단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가스 공급 중단이 사흘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노르웨이와 영국 유전지대에서 발생한 정전까지 불안감을 키우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노르트 스트림-1 가동 중단 소식이 나온 뒤 며칠 새 천연가스 가격이 20% 넘게 뛴 상태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메가와트시(㎿h)당 295유로까지 치솟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에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축소로 맞서면서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량은 전년 대비 75%가량 줄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