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포격이 잇따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서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태와 같은 대재앙은 일어날 개연성이 크지 않지만 방사선 누출 위험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지난 3월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에는 이달 5∼6일에 이어 지난 11일 포격이 연달아 발생했다.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과 외부를 잇는 4개의 고압 전원 공급선 중 2개가 파괴된 상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방이 원전에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해 공격 주체가 명확지 않아 협상이나 중재를 통해 포격이 중단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 주변에서 이와 같은 포격이 이어지자 유럽 전역에 치명타를 입힌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태와 같은 대재앙이 재발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일단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대규모 핵재앙이 자포리자 원전에 벌어질 개연성은 작아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자포리자 원전에는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이른바 '멜트 다운'과 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돔 형태의 차폐벽 구조물과 수냉각 시스템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또 지진이나 항공기 충돌 등 사고 대비 훈련을 받은 약 1만 명의 직원이 남아 있다.
하지만 자포리자 원전 안전 관리 매뉴얼에 이곳이 군사기지로 쓰이거나 전투 지역에 놓이는 것과 같은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 원전 설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은 상정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와 함께 자포리자 원전을 우크라이나의 포격을 피할 군사기지로 활용해온 러시아군이 최근 포격을 이유로 원자로를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핵연료 냉각을 예비 전력에 의존하게 되면서 상황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포리자 원전을 관리하는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대표는 이미 4개 중 2개밖에 남지 않은 전력선이나 이를 보완할 디젤 발전기 등이 포격으로 파괴돼 핵연료 냉각에 문제가 생기면 90분 만에 방사선 누출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틴 대표는 "러시아 장성들은 원자력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