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에너지값 감당 못해"…獨 제조업 문닫을 판

입력 2022-08-19 21:44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에너지 가격이 연일 급등하자 유럽 산업을 대표하는 독일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 공급량을 줄이면서 독일 내 전력·천연가스 가격은 불과 두 달 사이에 2배 이상 급등했다.

다음 달 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메가와트시(MWh)당 241유로(약 32만2천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가로 예년 이맘때보다 11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2년 전 메가와트시(㎿h)당 40유로(약 5만4천원) 수준이었던 다음 해 분 전력 가격도 현재 540유로(약 72만2천원)를 넘어섰다.

독일 정부는 가계의 에너지 요금 부담은 어느 정도 덜어주는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이에 기업들은 늘어난 에너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27개국에 공장을 둔 세계 2위 화학업체인 에보닉 인더스트리의 마티아스 루흐 대변인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루흐 대변인은 독일 내 공장에서 사용하던 천연가스의 40% 정도를 액화석유가스(LPG)와 석탄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늘어난 비용은 일부 고객에게 전가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에너지 비용 부담에 올해 상반기 독일의 화학제품 수입량은 전년 동기보다 27% 정도 늘었으며, 지난 6월의 화학제품 생산량은 지난해 12월보다 8% 가까이 줄어들었다.

유럽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독일 아우루비스도 천연가스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제품 가격 인상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설탕 생산업체인 쥐트주커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전면 공급 중단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만들고 있다.

BMW는 그동안 천연가스를 이용해 자체 전력을 생산하던 독일과 오스트리아 소재 37개 공장에서 현지 전력회사의 전력을 공급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포장업체인 델케스캄프는 높은 에너지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독일 내 공장 1곳을 폐쇄할 계획이다.

자동차와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실리콘 부품 생산업체인 BIW의 랄프 스토펠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격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독일 제조업의 점진적인 쇠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시모네 탈리아피에트라 선임연구원도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유럽의 경제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서 일부 업종은 상당한 압박을 받아 유럽 내 생산을 재검토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주요 7개국(G7) 가운데 독일 경제가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가장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