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경고'에도 "美 반도체주 잘 버티네"…월가의 시각은? [GO WEST]

입력 2022-08-19 19:13
수정 2022-08-19 19:13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간밤 미국 증시 상황은 어땠습니까?

<기자>

보시는 것처럼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7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어제도 말씀 드렸듯이 시장의 기대는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 전문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리즈 밀러 / 서밋플레이스파이낸셜어드바이즈 대표: 제 경력에서 시장이 미래의 경기 침체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시장이 변동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약세장 랠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장이 금리 인상 환경에서 올 수 있는 경기 침체에 훨씬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는데,

문제는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 이 부분에 있었죠.

이제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고 해도

경기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금리를 더 올려도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기자>

네. 연은 당국자의 발언도 이날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는 발언을 내놓은 건데요.

그는 "9월 FOMC에서 75bp의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상대적으로 경제는 좋고 인플레션은 높다.

계속 정책 금리를 높여 제약적 영역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경제 지표들은 어떤가요?

<기자>

지난 주죠, 7일에서 13일 미국의 신규 실업 수당 청구 건수는 25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이 예상했던 26만 4,000건을 크게 밑돈 수치로,

여전히 강한 고용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조업 지표인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 활동 지수도 6.2로 집계됐는데요.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플러스면 경기 확장을, 반대로 마이너스면 경기 위축으로 봅니다.

지난 달에는 -12.3까지 내려갔다가 이번에 플러스로 돌아선 건데,

그래서인지 간밤에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관련주도 크게 움직였죠.

<앵커>

반도체 관련주는 어떤 흐름을 보였습니까?

<기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8%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구성 종목의 주가가 고르게 올랐기 때문인데,

엔비디아가 2.39% 뛴 것을 비롯해 AMD, 마이크론, 인텔, 퀄컴 등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가장 특징적이었던 것은 30% 넘게 폭등한 울프스피드였는데요.

울프스피드는 전기차, 급속 충전, 5G 이동통신용 반도체를 만드는 곳입니다.

탄탄한 분기 실적을 내놓은 데다가, 내년 회계연도 1분기 매출 목표를 2억 3,250만~2억4,750만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월가 전망치인 2억 2,600만 달러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반도체 회사 가운데 이렇게 긍정적인 가이던스를 내놓은 거 오랜만 아닙니까?

<기자>

네. 사실 앞서 말씀드린 내용만 놓고 보면 반도체 전망이 좋아보이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부정적인 가이던스를 내놓은 회사들이 많았습니다.

경기 침체 상황을 가정하면 PC,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T 제품 수요가 줄어들 겁니다.

실제로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7.4%로 크게 낮춰 잡았고,

트렌드포스 역시 내년 D램 수요 증가율을 8.3%로 전망했습니다.

연간 수요 증가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가는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세트, 그러니까 완제품 업체들의 재고가 늘면 반도체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벌써부터 일부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7월 PC용 D램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은 14.03% 하락했습니다.

<앵커>

경기 침체가 현실화 된다면 반도체 주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겠습니다.

<기자>

경기 침체에 대한 엇갈린 시각 때문인지 반도체 주에 대한 월가의 전망도 상반되게 나오고 있습니다.

크리스 데인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발표되고 있는 개인용 PC 관련 데이터와 대만에서의 월간 PC와 스마트폰 판매 수치,

데이터 센터와 자동차 판매 실적 등을 고려할 때

반도체 주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재료보다는 부정적인 재료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9월에 나올 데이터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반도체 주의 조정이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내년 반도체 관련주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는 "아직 재고 조정 기간에 있지만 이는 3~4년 마다 있는 일이다"며

"9~10월이면 이 과정은 끝날 것이고, 반도체 주는 내년에 매우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경기 흐름과 관계 없이 기대할 만한 반도체 주는 없나요?

<기자>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분야에 속한 기업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일례로 전기차에 적용되는 고성능 전력 반도체 같은 경우는 계속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범용 반도체와 달리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죠.

여기에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 반도체와 과학법'에 서명한 상황입니다.

이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설비 투자에 290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총 2,800억 달러의 대규모 산업 지원책을 담고 있습니다.

사업 구조에 따라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두 조건을 충족하는 곳으로, 앞서 잠깐 언급했던 울프스피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울프스피드는 반도체 중에서도 탄화규소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인데요.

다이키 타카야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현재 탄화규소를 배터리에 사용하는 전기차가 100만대에 그치지만,

2030년에는 총 1,3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고요.

이에 더해 "세계 최대 탄화규소 칩 공급업체인 '울프스피드'가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12개월 안에 주가가 약 72.5%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