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7∼9월) 밀, 옥수수, 쌀 등 곡물의 수입단가가 2분기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라면과 과자 등 제품 생산단가가 높아져 식품업계의 가격 상승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단가 상승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2분기에 고점을 나타냈던 국제 곡물가격이 3분기 수입가격에 반영되면서 3분기 곡물 수입가격은 2분기보다 16% 정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4분기 수입단가는 3분기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2분기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분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업계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3.8∼78.4%에 달해 재룟값 부담 증가는 제조비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재룟값이 상승할 때 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그만큼 기업의 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실제 수출 호조 등으로 매출이 늘었음에도 원재룟값 급등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농심의 경우 2분기 매출은 7천56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6.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무려 75.4%나 감소했다.
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실적만 보면 적자로 전환됐다.
농심이 국내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하반기에 신라면, 너구리 등 주요 라면 제품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밀 수입단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제과업계의 가격 조정도 주목된다.
특히 오리온의 경우 2013년 12월 제품 가격 인상 이후 약 9년째 가격을 동결한 상황이어서 연내에 가격을 조정하지 않겠냐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 오리온은 1년 전에는 원자재 비용 상승에도 2021년도 국내 전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올해는 아직 관련 공지가 없는 상황이다.
해태제과는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지난 4월 허니버터칩 등 과자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9% 인상했고, 롯데제과도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덕분에 2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동기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KFC와 버거킹 등 프랜차이즈의 경우 원룟값 상승 부담이 가중되자 이미 올해 두 차례씩 가격을 인상했다.
도미노피자도 1월 한 차례 가격을 상향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도 일부 가격을 최대 1천원 올렸다.
이 밖에 전날에는 신세계푸드가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 버거의 약 40개 메뉴 가격을 18일부터 평균 5.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