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수비수의 글러브를 맞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면서 홈런으로 인정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나왔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내야수 루이스 렌히포(25)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 경기 0-1로 뒤진 1회말 2사에서 상대 팀 선발 루이스 카스티요의 초구 싱킹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측 대형 타구를 날렸다.
시애틀의 중견수 훌리오 로드리게스와 우익수 미치 해니거는 빠르게 내달려 낙구 지점으로 향했고, 두 선수는 거의 동시에 뛰어올랐다.
타구는 로드리게스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지만, 로드리게스가 공중에서 해니거와 충돌하면서 공이 글러브에서 빠져나왔다.
공은 외야 펜스 보호 매트 위를 통통 튀긴 뒤 다시 외야 잔디로 떨어졌다.
상황을 제대로 못 본 렌히포는 전력질주해 3루로 내달렸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렌히포의 타구를 홈런으로 판단하고 득점을 인정했다.
타구가 수비수를 맞고 담장 밖으로 넘어가면 심판진은 홈런 혹은 야수 실책에 따른 4베이스 진루권을 줄 수 있다.
수비수가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놓쳤다고 판단하면 홈런 대신 실책을 준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판단을 내릴 때도 있다. 지난 2020년 8월 10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에인절스전에선 흡사한 장면이 나왔지만, 심판진은 야수 실책을 줬다. 당시 텍사스의 닉 솔락은 5회에 우측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쳤고, 이를 에인절스 우익수 조 아델이 잡으려다 놓쳐 공이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당시 심판은 홈런을 선언했다가 추후 아델의 실책으로 정정했다.
1993년 5월 26일에는 정반대의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텍사스와 경기 4회말 공격에서 우측 펜스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쳤고, 이 타구는 텍사스 우익수 호세 칸세코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펜스를 넘어가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당시 심판의 판단은 '홈런'이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뛰던 박병호(현 kt wiz)는 2019년 9월 14일 인천 문학구장(현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 5-3으로 앞선 7회초 2사 1루에서 상대 팀 선발 크리스 세든을 상대로 중견수 쪽 큰 타구를 만들었다.
이 공은 점프 캐치를 시도한 중견수 김강민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와 가운데 담을 넘어갔다.
심판진은 이를 홈런으로 인정했고, 박병호는 그해 37개 홈런을 날려 홈런왕을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