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팔레스타인 거리에 남긴 작품이 한때 사라졌다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한 미술 갤러리에서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작품은 2007년 베들레헴의 버려진 이스라엘 진지의 콘크리트 블록에 스텐실 방식으로 제작된 '새총 쥐'(Slingshot Rat)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분리장벽 옆에 위치한 이 작품은 뱅크시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에 항의하기 위해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얼마 후 이 그림은 'RIP(편히 잠드소서) 뱅크시 쥐'라는 글귀로 가려졌고, 결국 신원 미상의 인물들에 의해 제거됐다.
거리의 미술가이자 예술 행동주의자인 뱅크시는 2005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작품 활동을 했으며, 팔레스타인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 작품을 경매에 부쳤다. 작품들이 있는 곳은 주요 관광 명소가 됐다.
이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스라엘 미술상 코비 아베겔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올해 초까지 이 작품을 개인 주택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베들레헴의 한 동료로부터 뱅크시 작품을 구매했고 되팔 계획은 없다면서 적법한 거래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구매액이나 판매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밝히길 거부했다.
베들레헴에서 텔아비브까지 작품을 옮기려면 적어도 하나의 군사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군과 요르단강 서안의 민간인 관리를 담당하는 관련 기관들은 해당 작품의 이동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력 분쟁 발생 시 문화재 보호를 규정한 '헤이그 협약'에 따르면 점령국은 점령지에서 문화재를 파괴하거나 제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협약은 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유네스코 주도로 체결됐으며, 이스라엘 역시 가입국이다.
팔레스타인 관광부 대변인은 "이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재산을 훔친 것"이라며 "이를 이송하고 조종하고 훔치는 것은 분명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