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고물가 기조로 소비자들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면서 마트나 백화점 같은 유통회사들 장사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실적은 의외로 선방하는 모습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5년이나 당기순이익 적자 늪에 빠져있던 롯데쇼핑이 올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짚어봅니다.
유 기자, 요즘 물가가 워낙 올라서 특히나 유통회사들 장사가 잘 안될 줄 알았는데, 롯데쇼핑은 실적 전망이 괜찮은가 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시장의 경기침체와 소비 둔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은 모습입니다.
5일에 롯데쇼핑 실적 발표가 이뤄질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롯데쇼핑 2분기 매출을 4조 원, 영업이익을 597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롯데백화점은 매출 8,060억 원, 영업이익 800억 원이 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유는 패션과 잡화 품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덕인데, 실제로 역성장을 하거나 잘 해야 한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두 자릿 수 성장율를 보였습니다.
대신 명품 품목에 대한 소비는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는데 사실 이 것도 롯데백화점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아무래도 패션과 잡화 같은 품목이 수수료를 많이 떼가는 명품 품목에 비해 마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롯데쇼핑이 백화점 말고도 대형마트와 전자제품 판매점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잖아요. 다른 사업들 실적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롯데쇼핑 사업은 크게 백화점, 마트, 전자제품점, 슈퍼, 홈쇼핑, 영화관으로 구성되는데요.
백화점과 함께 주력인 마트사업 매출은 지난해보다 5% 정도 늘 것으로 예상되고,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자 폭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관 사업인 컬처웍스도 리오프닝으로 극장내 취식이 재개되고 흥행 영화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영업적자폭이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하이마트는 아직 부진한 모습입니다.
요약하자면 일부 사업의 회복세가 더디긴 하지만, 백화점 실적이 양호한 가운데 대형마트 적자폭도 크게 줄면서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증권가에선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핸 5년간 지속된 당기순손실을 털어내고 롯데마트가 흑자로 돌아설 것 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롯데쇼핑이 5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었나요? 영업이익은 꾸준히 몇천억원씩 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요?
[기자]
영업이익은 났지만 손상차손 때문에 당기순이익은 만성 적자였습니다.
손상차손은 회계상 용어인데 쉽게 말해 현재 자산가치가 내가 산 장부금액보다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롯데쇼핑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백화점, 할인점, 슈퍼, 전자제품 전문점 등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장사가 잘 될 때는 이런 오프라인 점포들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를 받지만, 반대로 장사가 부진할 때는 평가가치가 떨어지겠죠. 이 때 자산가치가 장부금액보다 떨어지면 그 만큼 손상차손이 인식되고, 이는 곧 당기비용에 반영되서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 장사가 잘 된다고는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 되면서 할인점이나 슈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최근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기 전까지 영화관 사업이 부진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이 가진 자산가치를 낮게 평가했고, 손상차손이 계속해서 쌓일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앵커]
그런데 올해 당기순이익으로 전환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제는 이 손상차손을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뜻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롯데쇼핑은 지난 2년 간 뼈를 깎는 점포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일단 헬스앤뷰티 스토어인 롭스의 경우 다른 로드샵 매장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했고요. 대신 롭스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할인점 내부에 숍인숍 형태로 영업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할인점이나 슈퍼도 부실 점포를 정리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2년간 마트는 10여개, 슈퍼의 경우 100여개 점포가 폐점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요.
특히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슈퍼의 경우 올해 말까지 최대 10여개 점포가 더 폐점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이커머스 사업의 경우 새벽배송 사업을 접고, 배송 차량을 축소하는 등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진행돼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한 때 1천억 원이 넘었던 롯데쇼핑 손상차손 규모는 지난해 552억 원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고요.
손상차손 감소로 당기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올해 롯데쇼핑 당기순이익이 6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최근에 롯데쇼핑 경영진이 대거 교체가 됐던데 이에 따른 영향도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롯데쇼핑이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단 덕분입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조직을 개편하면서 강도 높은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여기서 신 회장은 P&G 출신의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롯데쇼핑 수장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선보였는데요. 그간 롯데쇼핑에 비롯데 출신 CEO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 회장이 유통 조직 변화에 얼마나 목 말라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김상현 부회장은 롯데쇼핑 사업 효율화 기조와 발맞춰 당장 수익이 나지 않을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탭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통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지만 이 들을 따라잡기 위한 투자를 하지는 않겠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신에 롯데가 고객들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품질 좋은 물건을 가장 싸게 판다는 유통업 본질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이제는 지난 2년 간 지속했던 점포 효율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기존 점포를 리뉴얼 하거나, 새로운 컨셉을 도입하는 등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만한 오프라인 점포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초대형 마트 제타플렉스나 와인특화 매장 보틀벙커, 창고형 매장 맥스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어찌보면 롯데가 유통명가로 부활했는지 여부를 올해 실적을 통해 시장에서 판가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의 예상대로 롯데쇼핑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