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8월 첫 거래일, 코스피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보합권에서 마무리됐습니다.
그래도 빨간 불로 마감한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요.
박해린 증권부 기자와 오늘 증시 상황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오늘과 같이 시장이 지지부진할 땐 어떻게 접근해야 합니까?
<기자>
네, 최근 시장은 특별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교육주나 조선주가 그렇듯 뉴스가 나왔을 때만
업종별 빠른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개인 투자자들이 이걸 따라가기엔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기인데, 이럴 때 전문가들은 '진흙 속의 진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앵커>
말이야 쉬운데, 진흙 속의 진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습니까?
<기자>
최근 증권가에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한 종목들을 눈여겨보는 겁니다.
지난 한달간 증권사에서 눈높이를 상향 조정한 종목들을 모두 정리해 보니 '중립'에서 '매수'는 총 9개, '매수'에서 '강력 매수'는 총 한 종목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론 LG생활건강과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등이 있고요.
특히 LG생활건강, 코스맥스, 롯데쇼핑 등 세 곳은 유통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앵커>
박 기자, 안 그래도 궁금했던 건데 증권사에서 리포트를 낼 때
목표주가를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하는 것과 투자 의견을 올리고 내리는 것, 어디에 더 중점을 둬야 합니까?
<기자>
투자의견입니다.
국내 증권사에서 투자의견을 '중립', 혹은 '보유'로 제시하는 건 사실상 '매도'나 다름없습니다.
리포트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의 대부분이 증권사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대부분 부담이 덜 따르는 투자 의견이 아닌 목표주가를 조정하며 보고서를 내기 마련인데,
이렇게 투자의견을 하향, 상향하는 건 이보다 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박 기자, 반대로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된 업종은 타격이 클 것 같은데 어떤 종목들입니까?
<기자>
주요 증권사들 기준으로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가 대표적이고요.
한온시스템과 현대위아, 펄어비스, NH투자증권, 롯데하이마트 등 총 8종목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현대위아입니다.
현대위아는 앞서 보여드린 상향 조정 표에서도 보셨던 것 기억하십니까?
<앵커>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군요.
<기자>
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4일 2분기 현대위아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34% 밑돌 것이라고 분석하며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변동비가 커지는 데다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 판매가 예상보다 줄며 고정비 부담도 분산이 잘 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이때 제시한 영업이익이 286억원이었는데
실제 지난 26일 2분기 실적을 열어보니,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3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전망치보다도 훨씬 잘 나왔죠.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고 신영증권 등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예상 밖의 실적에 증권사의 눈높이가 확 달라진 대표적인 종목이라 투심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앵커>
한투 입장에선 다소 머쓱했을 것 같군요.
실적 발표된 이후 의견을 변경하지는 않았습니까?
<기자>
네, 또 바로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순 없었겠죠.
실적 발표 직후 다시 보고서를 냈는데, 실적 개선은 지속되지만 밸류에이션 매력은 제한적이라며 투자의견은 중립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앵커>
재밌군요.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뭡니까?
<기자>
앞서 상향 조정된 종목들을 보면 거의 절반을 유통주가 차지하죠.
이 중에서도 투자의견이 상향 조정된 리포트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 LG생활건강이었습니다.
한편 화장품 '빅 2'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투자의견 하향 종목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봉쇄 조치 여파로 2분기 둘 다 부진한 실적을 거뒀는데, 이 둘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 겁니다.
<앵커>
이유가 뭡니까?
<기자>
면세 매출의 회복력입니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LG생활건강의 고마진 채널인 면세 매출이 저점을 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반적인 실적은 부진했지만 2분기 면세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거든요.
유안타증권 등은 하반기 이익 우상향이 기대된다며 현재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특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이렇게 면세 매출 회복세가 가파르지 않고, 설화수 등 주요 채널과 브랜드의 역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투심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다올투자증권은 목표가도 12만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더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최근과 같이 주도주가 부재하고, 시장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시기일수록
증권가의 눈높이가 크게 변화한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해 보는 게 현명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앵커>
박해린 증권부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