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국내외 흥행작에 힘입은 건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기대작 개봉도 예정돼, 장기간 침체 끝에 부활을 앞둔 모습입니다. 다만 치솟은 임대료 부담에, OTT의 급성장이 만들어 놓은 업계 판도 변화는 걱정거리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극장가에 오랜만의 좋은 소식이군요. 영화 관객수, 얼마나 늘은겁니까?
<기자>
지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은 총 1,629만 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2020년 2월 이후 30개월 만의 최고치인데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월(2,192만 명)과 비교하면 4분의 3(74.3%) 정도입니다.
다만 회복세가 뚜렷합니다. 올 초 3백만 명 대를 오르내리던 월 누적 관객은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난 5월 1,456만 명으로 급증하더니 매월 최고 기록을 다시 섰습니다. 한때 월 100만 명도 못 채우던 때를 놓고 보면 관객이 '물밀듯' 쏟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앵커>
손님이 하도 많아서 팝콘이나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맘때가 영화관에겐 최고 성수기이고, 기대작 개봉도 한창이라는데 실적은 어떨까요?
<기자>
지난달(7월) 20일부터 최대 3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가 줄줄이 개봉 중입니다. '외계인 1부', '한산'이 이미 관객을 만났고 '비상선언', '헌트'까지 잇따라 공개를 앞두고 있죠. 국내 역대 최고 흥행작 '명량'의 후속작인 '한산'은 개봉 닷새 만에 200만 관객을 끌어모았고, '탑건'의 두 번째 시리즈는 어제(7/31) 700만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업계의 매출 반등이 예상되는데요. 3분기부터 "비용 절감 효과와 맞물려 큰 폭의 수익성 개선(IBK투자증권)"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롯데컬처웍스는 2분기 매출이 전년비 두 배(190%) 성장, 영업적자폭을 크게 줄일 전망이고요, CGV는 3분기에 10개분 기 만의 영업적자를 끝낼 전망입니다.
<앵커>
2년 반 만에 이익을 낸다는 건, 달리 말해 누적된 손실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겠죠. CGV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군요?
<기자>
계속되는 당기순손실에 빌리는 돈만 늘어나다 보니 CGV(1,942.7%), 롯데시네마(1,752.9%)의 부채 비율은 2,000%에 육박합니다. 올해 연간 기준을 놓고 보면 수익성 개선 폭이 작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죠. 영화관 사업의 회복 속도와, 지속성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은 점도 부담이고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영화관 매출 증가율은 주요국과 비교해 더딘 상황입니다. 지난해(2021년) 미국과 중국이 이전해의 두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린 반면 우리나라는 14.5% 늘어난 데 그친 거죠. 상대적으로 강력한 방역 정책 때문인데 그 결과 국내 영화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워낙 침체가 길어서 회복이 쉽진 않을 것이란 뜻이군요. 결국 영화 관람료를 올려 대응에 나섰죠?
<기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 3사는 2020년 이후 3차례 티켓 가격을 올렸습니다. 4DX, IMAX 같은 특별관이나 소규모 프리미엄관을 늘린 점도 연장선상인데, 이렇게 하면 평균관람료(Average Ticket Price) 인상 효과를 얻죠.
다만 관람료 매출이 발생하면 이중 10%는 부가세로 매겨집니다. 3%는 영화진흥기금으로 들어가고, 남은 금액을 영화관과 배급사가 나눠 갖는데요. 보통 영화관이 45~50%, 배급사가 50~55%를 받게 돼 고스란히 영화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앵커>
더구나 요새는 굳이 영화관이 아니라 OTT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코로나19가 시장 환경 변화를 부채질한 모습입니다?
<기자>
그럼에도 국내 영화관 사업은 아직 탄탄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20년 기준 한국 영화 산업의 매출 비중은 '국내극장'이 65.79%, '극장외'(디지털, TV방송, 해외 매출 등)가 34.21%입니다. 미국 영화계에서 영화관이 차지하는 비중(31%)이나 글로벌 전체(42%)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죠. 국내 영화 산업이 영화관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 이유입니다.
하지만 영화관의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016년 79.7%에서 2017년 78.1% 등 4년 만에 15%가량 쪼그라든 거죠. 반면 IPTV나 OTT 등 디지털온라인 부분은 집계를 시작한 2019년 12.9%에서 2020년 15.3%까지 증가했죠.
<앵커>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실제 가져가는 건 많아야 40% 정도군요. 더구나 코로나 기간에 영업은 못해도 인건비나 임대료 부담은 올랐죠?
<기자>
2019년 기준 CGV의 고정비는 연간 8천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매출의 43%를 차지하는데요. 위기 극복을 위해 영화관 3사는 고용 인원을 줄이고, 수익률이 낮은 지점을 폐쇄하는 등으로 비용을 줄였습니다.
공간 활용도도 높이고 있는데요. 영화관에서 클래식이나 아이돌의 콘서트를 상영하고요. 클라이밍짐, 암벽이죠, 이것을 설치하는가 하면 1인 미디어를 위한 스튜디오를 열기도 했습니다. 영화관들이 당장의 회복은 가능하겠지만 사업 환경 변화에 발맞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