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K하이닉스가 분기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하반기 업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에서 반도체를 포함해 약 30조 원의 통 큰 대미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일단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죠?
<기자>
먼저 SK하이닉스 실적부터 설명드리면요.
올해 2분기 매출 13조 8,110억 원, 영업이익 4조 1,926억 원을 기록해서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34%, 56% 가량 증가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13조원 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건 처음입니다. 또 2분기만에 4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30%대의 영업이익률을 회복했습니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어떻게 보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인 14조 원대보다 적게 나왔지만, 영업이익은 약 2천억 원 정도 많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D램 가격이 하락했지만, 낸드 가격은 올랐고 전체적인 판매량이 증가해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지난해 편입한 솔리다임 실적이 더해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하반기 메모리 시장 전망은 좋지 않게 봤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오늘 실적 발표를 통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시장에서 전망했던대로 PC,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요. 또 데이터센터용 서버 메모리도 고객사들이 재고 소진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수요가 감소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보통 업황이 좋지 않아도 기업들은 극복 방안을 설명하면서 좀 더 낙관적으로 바로보는 경향이 있는데, SK하이닉스는 '둔화'라는 단어를 명시하면서까지 하반기 업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실제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예상 가격 하락폭은 몇 달 전 예상치 보다 더 크게 하락할 거라는 전망인데요. D램과 낸드플래시는 최대 하락폭이 각각 10%와 8%~13%에 달할 거라는 에상입니다.
특히 2분기까지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낸드플래시까지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서 하반기 메모리 업황 둔화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탓에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공장 건설도 보류한 바 있었죠.
다만 이르면 내년 상반기 살아날 서버 수요를 고려해서 투자 계획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앵커>
SK하이닉스가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최태원 SK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돈 30조 원 정도의 추가투자를 약속했단 말이죠. 특히 여기에는 반도체도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최 회장은 최근 '전술적 투자 지연'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도 보류한 바 있습니다.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간 패권다툼이 벌어지는 시기여서 좀 더 민감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투자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요. 전체 투자규모가 290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38조 원인데, 여기서 70억 달러는 이미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던 돈이고요. 추가로 22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반도체가 150억 달러, 그린에너지가 50억 달러, 바이오가 20억 달러입니다.
반도체가 150억 달러가 들어가 있어서 신규 메모리 공장을 미국에 짓는 건지 의아할 수 있는데요. SK는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와 첨단패키지 분야에 이 돈을 집행하기로 했습니다. 메모리나 파운드리 시설이 아니라 한마디로 반도체 후공정 조립 시설을 미국에 짓겠다는 겁니다.
<앵커>
반도체 제조시설 규모로 보면 투자규모가 조금 애매하게 보일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최신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기술유출 우려로 해외에 제조시설을 내보내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 주력인 D램 시설은 국내 투자도 보류된 마당에 제조시설을 나라 밖으로 뺄 수도 없는 상황이죠. 삼성전자도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죠.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에 투자할 선택지가 많지 않은 SK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금 상원에서 반도체 지원법안이 사실상 통과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는데, 여기에 참여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막대한 리스크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죠. 반도체 미세공정 발달로 후공정 산업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SK가 미국 어느 지역에 어떤 형태로 패키지 제조시설을 짓겠다는 건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산업부 정재홍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