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문자 메시지가 26일 한 사진기자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대통령실 내부도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에 이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간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줄곧 거리를 뒀던 태도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메시지라는 점에서다.
겉으로는 거리를 뒀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의 의중, 즉 윤심(尹心)이 '이준석 징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으로 읽힌다.
사적 대화이기는 하지만, 이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란 직설적 표현이 사용된 점도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당내 갈등의 중심에 있던 이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자칫 '이준석 찍어내기'라는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어 보인다. 이 대표 징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소한 언급이 일종의 '시그널'로 오인될 수도 있었다는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여의도 상황에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지속해서 내비쳤지만, 이번 텔레그램 포착으로 당장 야권은 '윤심 개입설'을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로서는 그간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해당 메시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언급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한 셈이다. 실제 당혹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문을 내지 않을 방침이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이 입장을 낸 것으로 갈음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정치권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구성 방법과 시기를 놓고 벌어진 당권 주자들의 신경전에도 파장이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그사이 '장외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지도체제를 '직무대행체제'로 추인했다. 이후 권 대행이 사실상 '원톱'을 담당하고 있다.
당시에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의원총회 전날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윤심'이 직무대행체제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이었다'며 특정 체제에 힘을 실어준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