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 공급 또 줄였다···관련주만 웃었다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2-07-26 09:48
수정 2022-07-26 09:48
에너지 불안 재점화
월마트가 보여준 미 저소득층 불안감
반도체 산업 공급 우려
<앵커>

오늘 마감한 미 증시에서 특징적인 부분 짚어주시죠.

<기자>

오늘 뉴욕 증시 전체적으로 보면 기술주 하락세를 에너지주 상승 모멘텀이 상쇄했다고 보실 수 있겠습니다. 현지 시간 세 시 이후 매수세가 나타나면서 다우 지수와 S&P 500은 소폭 상승했고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43% 하락 마감했습니다.

오늘 시장을 움직였던 뉴스 되짚어보면 러시아가 가스관 노드스트림 1을 통해 유럽에 보내던 생산량을 지난해의 20%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죠. 표면적인 이유는 가스관 부품인 터빈 문제입니다. 러시아는 이미 유럽향 천연가스 공급량을 지난해 40% 정도로 줄였었는데, 이번 발표를 통해 이미 줄인 가스 공급량을 또 절반 줄이기로 한 겁니다. 유럽은 즉각 러시아의 이번 천연가스 공급 축소는 기술적으로 터빈 문제와 상관 없고, 러시아가 에너지 무기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 비난 자체가 공급 부족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비록 크렘린궁에서 천연가스 공급 완전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는 발표했지만, 상황에 따라 앞으로 명분에 구애받지 않는 추가 공급 축소를 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겠습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 소식 탓에 오늘 장중 원자재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5% 넘게 뛰었고, 포트폴리오 가운데 상대적으로 천연가스 생산량이 높은 마라톤 오일(티커종목명 MRO) 같은 종목은 뉴욕 증시에서 하루만에 주가가 6.57% 뛰었습니다. 역시 천연가스 관련주로 묶인 데본에너지(DVN)이나 셰니에르 에너지(LNG)의 주가도 각각 5%, 4%대 상승 마감했습니다. 에너지 대장주인 엑손모빌(XOM)과 셰브론(CVX)도 견조한 주가흐름을 보였죠.

에너지주와 반대로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기술주는 오늘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군입니다. 내일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 테크 기업들의 실적을 앞두고 기술주 섹터는 0.74% 하락했습니다.

오늘 장 끝나고 나온 월마트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도 간단히 짚어드려야겠습니다. 월마트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가 오는 16일에 예정되어 있는데 이에 앞서 연간 이익과 2분기 실적 전망을 기존보다 하향조정했습니다. 올해 5%를 넘을 것으로 봤던 판매성장률은 4.5% 정도가 될 것으로 수정했는데요. 식품과 에너지 부문에서 높아진 물가가 월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지출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특히 의류 부문의 재고를 처리하려면 가격 인하까지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월마트의 소비자층이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구들을 포함한다는 점은, 이번 실적 전망 하향과 함께 보면 시사하는 바가 있겠습니다. 앞서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을 상대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카드지출액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우며 예상을 웃돈 2분기 실적을 내놓은 것을 생각해보면 시사점은 더 명확해질 겁니다. 경제 위기 때 나타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단초가 보인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요. 애프터마켓에서 월마트의 주가는 8% 넘게 하락했습니다.

<앵커>

바클레이즈 등 일부 글로벌 IB는 반도체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악화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지 종합해서 말씀해주시죠.

<기자>

바클레이즈의 논리는 반도체 시장 사이클이 이미 공급 과잉 국면으로 넘어가는 지점이라는 분석에 근거합니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는 반도체 업황이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는데, 그렇게 되면 반도체 생산장비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바클레이즈는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추면서 이같은 설명을 내놨는데, 이 뿐 아니라 엔비디아나 인텔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도 다가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실적 전망 가이던스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월가에서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를 내놓는 곳이 바클레이즈 뿐만은 아닙니다. 앞서 모간스탠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하향했죠.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이 오는 3분기에 2분기보다 8%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당초 전망치인 5% 하락보다도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반도체 가격은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데, 인풀레이션 지속으로 소비가 위축되어 나타나는 상대적인 공급 과잉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