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있으면 심근경색·뇌졸중 등 2차 합병증을 막기 위해 고용량의 스타틴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관련 환자들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55mg/dL 또는 70mg/dL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스타틴은 간에서 LDL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 고용량의 스타틴을 투여해도 LDL 콜레스테롤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근육통, 간성 손상 등 부작용으로 사용이 힘든 환자도 있다.
그런데 최근 고용량 스타틴 단독 요법 대신 스타틴과 에제티미브(ezetimibe)제제를 병용하면 LDL콜레스테롤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며, 부작용도 적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명기·김병극·홍성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장양수 차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란셋(The Lancet)' 최신호에 게재한 내용이다.
에제티미브는 장에서 LDL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해 스타틴과 함께 병용요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병합치료로 스타틴의 용량을 줄이면서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고용량 스타틴으로 인한 부작용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등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와의 병용요법과 기존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을 비교한 임상추적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2017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26개 병원에서 심근경색, 뇌졸중, 하지동맥질환 등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총 3,780명을 대상으로, 중등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한미약품 로수젯정, 1,894명)과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로수바스타틴 20mg, 1,886명)을 각각 무작위로 시행한 후 3년간 추적하는 레이싱(RACING)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병용요법군은 3년째 LDL 콜레스테롤이 70mg/dL 미만으로 유지된 경우가 72%(978명)로 단독요법군(58%, 759명)보다 우수했다. 유럽심장학회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목표 LDL 콜레스테롤 달성률(55mg/dL 미만)도 병용요법군(42%)이 단독요법군(25%)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임상 추적 3년 동안 심혈관계 사망, 뇌졸중, 또는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 비교에서 병용요법군이 9.1%(172명), 고용량스타틴 단독요법군은 9.9%(186명)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약물 부작용이나 불내성으로 약물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여야 하는 경우도 병용요법군이 4.8%(88명)로 단독요법군 8.2%(150명) 보다 우수했다.
병용요법이 기존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해 L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약물을 중단하거나 감량해야 하는 약물 불순응도도 줄였다.
홍명기 교수는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의 항콜레스테롤 치료에서 중등도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합하는 병용요법은 기존의 고용량스타틴 치료와 비교시, 효능은 떨어뜨리지 않고 안전성은 높인 새로운 대안의 치료를 제시한데 큰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