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내부 37도"…에어컨 들고 48㎞ 행진

입력 2022-07-20 19:34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이 냉방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등의 폭염 대책을 사측에 요구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은 20일 오전 10시께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냉방기기 설치에 답하지 않아 직접 에어컨을 설치하러 간다"며 23일까지 나흘 동안 에어컨을 들고 동탄 물류센터까지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 동탄분회장은 "동탄센터에서만 7월 한 달간 노동자 3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이송됐다"며 "사측은 얼음물, 아이스크림, 선풍기와 에어 서큘레이터를 준비한 것이 폭염대책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못 기다리겠다. 현장을 직접 바꾸겠다"며 "로켓배송이라는 편안한 삶 뒤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장마가 끝나고 아직 본격 더위가 찾아오지도 않은 시점임에도 물류센터 내부는 37도로 측정되고 있다"며 "최소한의 냉방이 보장되는 곳에서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쿠팡 잠실 본사에서 행진을 시작해 모란역까지 약 10㎞ 행진한 뒤 23일에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 동탄점에 도착해 에어컨을 직접 설치할 계획이다. 총 행진 거리는 약 48㎞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유급 휴게시간 부여, 임금인상, 폭염 대책 마련 등 9개 쟁점 교섭안을 놓고 사측에 면담을 요청하며 본사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층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을 운영 중이고 천장형 실링팬, 에어 서큘레이터 등 물류센터별 맞춤형 냉방 장치 수천대를 가동하고 있다"며 "기상 상황에 따라 유급 휴게 시간도 추가로 부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