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국내 한 대형 증권사가 판매한 연 4%대 채권이 불과 27분 만에 매진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삼성증권에서 판매한 채권은 AAA(트리플A) 등급에 최고 연 4.3%대 금리를 확정해 받을 수 있는 선순위 채권입니다.
남아있는 만기가 1년 안팎이라 웬만한 은행 적금보다 높고, 수익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보니 300억원의 물량이 순식간에 소진됐습니다.
쉽게 구하기 힘든 선순위 채권인데다, 높은 금리까지 붙다보니 이를 구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판매 지점에 뒤늦게 추가 판매 요청할 정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장외 채권 시장은 올해초 한국전력 회사채가 수요예측 실패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투자자 유입이 늘었고, 단기채와 대형 카드사 채권 금리까지 차례로 오르면서 일반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신수경 / 신한금융투자 FICC상품부 차장]
"리테일 채권 같은 경우에는 작년 7월까지 3조 4천억원 정도 개인 고객에게 세일즈 되었는데, 올해 현재까지 8조원 정도로 2배 이상 판매금액이 급증했고요. 리테일 고객들까지 저변 확대되어 세일즈되는 상황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서도 지난해 1조9천억원 수준이던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는 올들어 약 6조 5천억원으로 3배 가량 늘었고, 이 가운데 일반 회사채만 3조2천억원 어치가 팔렸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국고채 금리는 올초 1.855%에서 3.2%대까지 올랐고, 지난해 연 1%수준이던 AA급 이상 채권 금리도 덩달아 연 4%대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자산가들만 거래하던 채권 시장 진입 장벽도 이렇게 모바일 트레이딩을 통해 최소 1천원 단위에서 거래할 수 있다보니 개인 진입장벽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3%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은행 예적금 수준으로 투자 위험이 낮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채권 투자 수요는 당분간 증가할 전망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어떤 상품이기에 이렇게 빨리 소진이 됐다는 건가요?
<기자>
삼성증권이 모바일과 창구를 통해서 판매했던 특판 채권은 모두 선순위 은행채입니다.
KB금융,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발행했던 채권들 가운데 만기가 곧 다가오는 채권들을 장외에서 높은 금리로 일반 투자자가 살 수 있도록 창구 역할을 해준 겁니다.
흔히 '은행 예금'하면 가장 먼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만에 하나 부도가 났을 경우 가장 먼저 원금을 돌려달라고 할 권리를 보유한 채권, 그러니까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채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은행처럼 부도날 가능성이 매우 낮아서 AAA 우량 채권인 경우엔 금리가 낮게 거래되지만, 최근에 시중금리가 뛰면서 우량채권인데 금리까지 높은 채권이 거래 목록에 올랐던 겁니다.
발행한 삼성증권은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에게 채권을 중개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올들어 이례적인 유통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요즘 채권금리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기자>
국고채 금리는 최근 한국은행 빅스텝 전후 다소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긴 했지만, 연초 대비로 보면 가파른 상승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납니다.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올초 연 1.855%에 거래되던 것이 지금은 연 3.2%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적자임에도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한국전력 회사채, 즉 한전채는 3.9%대, AA급 우량 회사채는 무보증 3년물로 4.1%를 기록 중입니다.
부도 위험이 커서 투기등급이라고 할 BBB급 비우량 회사채 금리도 뛰고 있는데, 무보증 3년물 금리는 9%대후반, 지난주엔 10%대를 넘어서기로 했습니다.
투기등급은 지난해까지 만해도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투자 대안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올해들어서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실 위험으로 오히려 금리를 더 얹어주는 우량 채권으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일반 투자자들이 이러한 채권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겁니까?
채권은 흔히 금리가 올라갈 때 평가손실을 입는 구조라고 하는데 왜 지금 개인들이 몰리는 건가요?
<기자>
증권사 앱에서 채권 거래에 별도 약정을 하면 누구나 쉽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거래 단위는 증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천 원 단위부터 가능합니다.
채권은 일종의 명품 가방을 4%, 5% 할인해서 2~3년 전에 미리 구매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 사이에 할인폭이 커지면 미리 산 사람은 손해보지만 만기에 약속한 가방을 되돌려 받는 것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이처럼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은 통상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기존 발행당시부터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는 가격(할인 폭)이 하락해 평가손실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시중에서 사고파는 물량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예외입니다. 시장 크기에 비해 워낙 소액이라 중간에 팔기도 어렵다보니 대개 만기까지 보유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만으로 예적금처럼 확정적인 금리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은 모바일에서도 쉽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데 안전한 겁니까?
어떤 걸 먼저 따져야 합니까?
<기자>
나라가 발행하는 국고채는 따로 신용등급을 재지 않지만 일반회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경우에는 회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추가 수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AA등급 이상인 기업들은 사실상 위험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이보다 부실하다면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또 채권은 주식과는 달리 정해진 만기를 따져봐야 합니다. 보통 분기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정도 액면가를 기준으로 고정된 이자를 받는 방식입니다.
채권에 투자할 때는 이러한 만기가 몇년 남아있는 상태에서 매년 얼마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최종적으로 얻는 수익이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미국 국채 등 해외채권 투자의 경우엔 발행하는 나라의 통화를 쓰기 때문에 환율 영향을 감안해야 합니다. 미국이 이달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국채 기준으로 연말께 만기 수익률이 3.8% 정도로 오를 전망인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넘어선 상황에서 투자 이점이 낮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끝으로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디레버리징 과정의 한계기업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용등급 BBB 이하보다 되도록 우량한 기업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투자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