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 문과생보다 사교육비 연 214만원 더 쓴다"

입력 2022-07-17 16:13


고등학교 문·이과 학생 가운데 이과생이 사교육비를 더 투자하고 자습 시간도 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일반계 고등학교 문·이과별 교육투자 비교 분석'(저자 고은비 서울시립대 경제학 박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문·이과 학생 834명(문과 539명, 이과 2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학생의 진학대학 소재지에 따라 교육 투자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04년 기준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교육경험, 진학, 진로 등을 2015년까지 추적한 한국교육고용패널의 자료를 활용했다.

조사 결과 이과생의 사교육비는 문과생보다 연간 약 214만 원 더 많았고, 일주일간 자습 시간은 문과생보다 평균 6시간 정도 더 많았다.

반면 하루 수면 시간, 1주일 여가, 1주일 TV 시청 시간, 1주일 컴퓨터 이용 시간 등은 모두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적었다. 하루 수면시간은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1.2시간, 일주일 여가는 6.7시간, 일주일 TV 시청 시간은 1.2시간, 1주일 컴퓨터 이용 시간은 7시간 정도 더 적었다.

지난해부터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행돼 국어·수학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과 이과 학생들의 대학 인문계열 교차지원 등이 대두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택한 이과 학생이 높은 수학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대거 지원해 합격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자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수능 모의평가에서는 37.1%였던 미적분 선택 비율은 지난달 치러진 6월 모의평가에서는 42.8%로 늘어난 반면, 문과생들이 보던 확률과 통계 선택 비중 55.4%에서 51.5%로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문·이과가 통합됐지만, 대학입시로 인해 암묵적으로는 그 구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과에는 더 많은 학습량이 요구되고 문과는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당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대학에서 공학계열이나 자연 계열, 의약 계열 등 이과 계열의 학과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능에서 특정 수학 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과학 탐구를 선택해야 하므로 문·이과에 따른 교육투자 차이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