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이 자국뿐 아니라 실제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필라1(매출 발생국 과세권 배분) 도입 시기가 1년 연기된다.
단순 채굴업 뿐 아니라 원유를 가공한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디젤 등 채굴 후 1차 가공을 거친 가공품 판매 활동으로 인한 이익 역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는 주요 20개국(G20)·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전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필라1 진행 상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발표된다. G20·OECD IF는 다음달 19일까지 서면 공청회를 진행한다.
디지털세는 다국적기업이 외국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아도 매출이 발생한 곳에서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 조세체계다.
당초 IT 기업이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부를 두고 조세를 회피하자 이를 막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다가 그 대상이 다국적 기업으로 확대됐다.
OECD·G20 IF는 지난해 10월 8일 필라1(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과 필라2(글로벌 최저한세 도입)로 구성된 디지털세 관련 최종 합의안을 발표했으며, G20 정상들이 30일 해당 합의안을 추인했다.
과세 대상은 연간 기준 연결 매출액이 200억 유로(27조원),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으로, 글로벌 이익 중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 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국에 납부해야 한다.
매출액이 200억 유로를 넘지만, 이익률이 10% 미만인 다국적 기업도 경우에 따라서는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IF 회원국들은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우선 필라1 시행 시기를 애초 합의한 2023년에서 2024년으로 1년 미루기로 했다.
회원국들은 올해 상반기에 필라1 모델 규정인 입법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은 일단 모델 규정 초안을 마련한 뒤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최종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이후 내년 상반기에 합의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을 체결하고, 2024년부터는 필라1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다.
회원국들은 해당 기업의 일부 공시 부문이 매출액·이익률 기준을 충족할 경우 이 부문을 따로 필라1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채굴업과 규제 대상 금융업은 필라1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원유를 가공한 LNG·LPG 등 채굴 가공품의 매출액도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기업들이 세금을 납부하는 최종 시장 소재지국은 제품 유형별 매출 귀속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
완제품은 최종 소비자에 대한 배송지를 시장 소재지국으로 보고, 부품의 경우 해당 부품이 포함된 완제품의 최종 배송지를 시장 소재지국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이 반도체로 휴대폰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면 A 기업은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규정된 지표를 적용하기가 어려운 경우는 과세 대상 그룹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대안적 신뢰 가능한 지표'를 적용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