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으로 부동산 시장 '거래 절벽'이 심화하는 가운데, 소형·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아파트 거래 규모별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7천917건 가운데 전용면적 40㎡ 이하의 매매 비중은 22.0%(1천741건)로 집계됐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1∼5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지난해(12.6%)와 비교해 10%포인트(p)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특히 이 면적대의 아파트 매매 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전체 아파트 매매 5건 가운데 1건 이상은 전용 40㎡ 이하의 초소형 아파트가 차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25개 구에서 전용 40㎡ 이하 아파트 매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중랑구(43.0%)였으며 이어 종로구(37.1%), 중구(36.4%), 영등포구(33.7%), 관악구(29.4%), 강동구(28.7%) 등의 순이었다.
소형 면적 기준인 아파트 전용 60㎡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올해 5월까지 매매 비중은 51.5%로, 이는 2007년(55.0%) 이후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소형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극심한 거래 침체로 하락 분위기가 지배적인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소형·저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세다.
강서구 가양2단지(성지) 전용 34.44㎡는 지난 5월 5일 6억3천만원(8층)에 팔려 지난해 기록한 종전 최고가(6억원)를 경신했다.
강남구 도곡동 현대비젼21 전용 34.995㎡는 지난 5월 4일 5억4천500만원(25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이전 최고가인 작년 5월 18일의 4억5천만원(21층) 대비 1년 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르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전국적으로도 소형 아파트값의 지표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지난달 KB 면적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전용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1.3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용 135㎡ 초과인 대형(101.1), 전용 60㎡ 초과∼85㎡ 이하인 중소형(100.7), 전용 85㎡ 초과∼102㎡ 이하인 중형과 전용 102㎡ 초과∼135㎡ 이하인 중대형(각 100.6) 등의 순이었다.
강력한 대출 규제 기조 속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저리의 서민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6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의 매매 비중도 최고치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현재까지 857건이 등록된 가운데 이 중 6억원 이하 거래가 394건(45.9%)에 달했다.
서울아파트 6억원 이하의 매매 비중은 지난달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것이자 전달(37.1%) 대비 8.8%p나 상승한 수치다.
매매 시장뿐 아니라 청약 시장에서도 소형 아파트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전용 60㎡ 미만 소형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7.3대 1로, 지난해 상반기(9.6대 1)보다 3배가량 높았다.
상반기 전국 아파트 청약 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침체 양상이 두드러진 가운데서도 소형 아파트는 강세를 보인 것으로, 이런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