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러브버그' 벌레떼 출몰...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입력 2022-07-07 19:07


최근 서울 서북권과 경기 고양시 등에 떼로 출몰한 '러브버그'(사랑벌레).

꽃의 수분을 돕는 등 익충인 이 벌레는 질병을 옮기거나 농작물을 해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한다고 보고된 적 없는 미기록종이다.

또한 너무 많은 개체수가 떼로지어다니고 있어 불쾌감을 유발하고 있어 지자체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7일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러브버그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털파리과 플리시아속'에 속하는 종은 맞으나 미국 남부지역에서 러브버그로 불리는 '플리시아 니악티카'와 같은 종이 아니며 계피우단털파리 등 국가생물종목록에 기록된 털파리류 12종도 아닌 '제3의 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러브버그에 대해 처음엔 플리시아 니악티카라는 추측이 나왔고 이후 계피우단털파리일 수 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미기록종이라고 해서 '새로 나타난 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간에도 국내 생태계에서 자생했는데 사람 눈에 띄지 않았을 수 있다.

국내에 털파리 전공자가 없어 털파리류 기록도 한동안 갱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관은 다른 나라에서 기록된 종과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정체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털파리류는 특성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번에 도심에 출몰한 러브버그도 수명이나 행태가 기존에 언론 등에 알려진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

플리시아 니악티카의 경우 생존시간은 실험실 환경에선 수컷과 암컷 각각 92시간과 72시간 정도인데 자연에서는 '짝을 찾아 교미하고 알을 낳는 데 필요한 만큼'만 산다. 주로 낮에 기온이 20도 이상일 때만 날아다니고 밤에는 낮은 초목에 숨어서 쉰다. 암컷 플리시아 니악티카는 썩어가는 식물이나 잔해 밑에 100~350개 알을 낳으며 알에서 애벌레가 태어나는 데는 약 20일이 걸린다.

러브버그는 털파리류 특성상 장마가 끝나고 날이 건조해지면 자연히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번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수컷과 암컷 모두 죽기 때문에 장마가 끝나기 전에도 소멸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러브버그가 올해 도심에 떼로 출몰한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파리류 애벌레가 성체로 우화(羽化)하려면 고온다습해야 하는데 지난달까지는 가뭄으로 이런 환경이 나타나지 않다가 최근 장마로 환경이 갖춰져 애벌레가 한꺼번에 성체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나 추정일 뿐이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올 한 해 현상만 가지고 러브버그가 도심에 떼로 출몰한 이유를 단정할 수 없다"라면서 "몇 년간 지켜보며 자료를 축적해야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