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 유가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시간 7일 오전 11시 33분 현재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0.88% 하락한 배럴당 99.80달러를 나타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25일 이후 약 석 달여 만에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 유가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20달러를 넘나들다 지난달 말 100달러 초반까지 내려왔다.
앞서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8.24% 급락한 배럴당 99.50달러로 5월 10일(99.76달러) 이후 약 두 달 만에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WTI는 6일에도 0.97% 하락한 98.53달러에 거래를 마쳐 이틀간 9.90달러(9.13%) 빠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씨티그룹의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부문장인 에드워드 모스는 6일 블룸버그TV에서 "(월가의) 거의 모두가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올해 원유 비축분을 늘려왔다면서 "(코로나19 봉쇄 해제 후에도) 중국 측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는 발언도 했다.
씨티그룹의 원유 수요 전망치는 종전보다 3분의 1 정도 줄어든 하루 240만∼250만 배럴(bpd)인데, 이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측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연말까지 원유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 기본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85달러대가 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모스 등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고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생산량 조절이 없는 상황 등을 전제로 배럴당 유가가 올해 말 65달러, 내년 말 4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주식시장 급락 속에 상대적으로 선방해왔던 에너지 관련주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에너지 업종 지수는 여전히 연초 대비 20% 정도 오른 상태지만, 지난달 8일 고점에 비하면 27% 흘러내리며 2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 기간 거대 석유기업인 셰브런과 엑손모빌 주가도 각각 24%, 22% 빠졌다.
다만 향후 유가 전망은 기관별로 엇갈리고 있다.
JP모건은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을 줄일 경우 배럴당 38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원유 수요 증가세가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보다 여전히 빠를 것으로 봤다.
에너지 조사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은 현 유가에 완만한 침체 가능성이 이미 반영돼 있다면서, 80∼90달러대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향후 유가 흐름이 경기침체 정도 및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 정도에 달려있다고 관측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이 올겨울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대체재를 구하지 못할 경우 유가 상승 요인이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