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달러화…서학개미가 피해야 할 종목은? [GO WEST]

입력 2022-07-07 19:39
수정 2022-07-07 19:39
# 달러가 왕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이지효 기자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오늘 키워드는 '달러가 왕'입니다.

<기자>

'달러가 왕(Dollar is King)'이라는 불변의 공식이 돌아왔죠.

많은 분들이 '이런 시기에 미국 기업은 당연히 이득을 보는 것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

그래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가 주목할 만한 종목,

또 피해야 할 종목은 어떤 게 있는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키워드처럼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현지시각 6일 107선을 넘기면서 2002년 이후 2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죠? 이유가 뭡니까?

<기자>

전 세계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화로 자금이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남미 국가들에서 부채 위기가 확산되면서,

달러 인덱스는 1985년 2월 164.7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고요.

1997년 11월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120선까지 급등한 바 있습니다.

<앵커>

서학 개미들에게 강달러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일단 환율 측면에서만 본다면 강달러 현상은 득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해외 주식에 투자한 이후에 달러가 오르면,

수익률과는 별개로 환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강달러 현상은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고,

미국 기업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앵커>

강달러 시기에 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겁니까?

<기자>

미국 기업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S&P500 기업들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매출의 41%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 들인 외화를 다시 들여올 때,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여기에 현지 업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도 떨어집니다.

금융기술 회사 키리바는 북미 기업들이 올 상반기에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영향으로

순이익이 400억 달러, 약 51조 4,600억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이런 기업들의 전망도 좋지 않겠습니다.

<기자>

네. 마이크로소프트는 낙관적 실적 전망을 발표한 지 6주도 지나지 않은 지난 2일,

올해 4∼6월 매출 전망치를 4억 6,000만 달러, 약 5,922억원 낮춰 잡았고요.

세일즈포스의 브렛 테일러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달러화 강세가 수익에 끼치는 타격 전망을 기존 3억 달러에서 6억 달러로 늘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 역시 강달러가 분기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하며,

연간 성장률에 마이너스 3%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주가 흐름이 어땠나요?

<기자>

해외 영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해외에 주로 진출한 미국 기업의 주가는 올 들어 15% 가량 하락한 반면,

미국 안에서만 사업을 운영했던 기업은 7% 떨어지는데 그쳤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은 "미국 내 매출 비중이 높은 주식들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주식보다 주가 방어를 잘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앵커>

앞으로 투자할 때도 이런 부분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네요.

<기자>

네. 강달러 흐름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에 주의할 만한 기업들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배런스는 S&P500 기업 가운데 해외에서 수입의 3/4 이상을 벌어들이고,

내년 예상되는 밸류에이션이 시장 평균보다 높은 기업들을 추렸는데요.

마카오에 대규모 리조트 카지노 등을 운영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샌즈가 포함됐고,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매출의 90%, 에스티로더는 매출의 79%가 해외에서 나옵니다.

또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의 해외 매출 비중은 84%에 달하는 상황이죠.

<앵커>

해외 매출이 비중이 높으면 이런 시기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거겠네요.

<기자>

네. CNBC도 강달러 국면에 취약한 종목을 선별했는데요.

미국 기업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60% 이상이면서,

지난 3개월 동안 직전 분기보다 수익이 줄어든 미국 기업이 기준입니다.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미국 반도체 자동화 검사 장비 업체인 테라다인이 꼽혔는데요.

이 회사는 미국 내에서 매출 비중이 11%에 불과합니다.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도 해외 매출 비중이 74.1%로 높은 편이고,

맥도날드는 식품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최근 주가 하락세를 보이는 나이키도 포함됐고요.

<앵커>

지금까지 피해야 할 종목들을 알아봤고, 강달러 수혜주는 없습니까?

<기자>

번스타인 증권은 "달러화 강세가 더 짙어진다면,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유럽 대기업 주식이 투자 대상으로서 유리하다"고 말했는데요.

어디까지나 유로화 보다 달러화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번스타인 증권이 꼽은 종목으로는 네덜란드계 자동차 대기업 스텔란티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케이터링 업체 컴패스 그룹,

스위스계 글로벌 대형 식품업체 네슬레 등이 있었습니다.

<앵커>

앞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져야 이런 조언들도 의미가 있겠죠?

<기자>

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월가에서는 조금 엇갈린 전망이 나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주요 통회국 중앙은행 가운데 미국이,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가장 매파적이기 때문에 달러가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다"고 봤습니다.

반면 하반기에 달러가 지금의 상승분을 일부 반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스탠다드차타드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줄고 다시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 S&P500 지수가 반등하고,

달러에 유입됐던 유동성이 빠져 나가면서 달러화 강세가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