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KDI 원장, 사의 표명..."다른 의견에 귀 닫으면 남을 이유 없다"

입력 2022-07-06 15:02
"국책연구기관 원장 임기 법률로 정해진 것…총리 발언은 법 취지 훼손, 크게 실망"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바뀌어야 한다"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한덕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킨다며, 자신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KDI 원장으로 더 남아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홍 원장은 6일 발표한 '총리 말씀에 대한 입장문'에서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다면서 저의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며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을 넘어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한 총리께서 연구의 중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률의 취지와 달리, "같이 갈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하신 것은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었다"며 지적했다.

이어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연구기관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KDI와 국책연구기관들이 국민의 미래를 여는 연구원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총리께서는 부디 다름을 인정하시고 연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셔서,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시길 소망한다는 말씀을 남기겠다"고 부연했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 수석이자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최근 현 정부와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홍 원장의 거취를 두고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바뀌어야지. 윤석열 정부랑 너무 안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