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유사들에게 '기름값을 내리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비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유가와 함께 현지 시장 종합적인 상황 전해주시죠.
<기자>
미국은 경제 문제 해법을 놓고 정부와 기업인들이 논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정유사들의 이익을 사실상 규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석유 기업의 이익률이 10%를 넘으면 법인세를 두 배로 올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고요, 바이든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당장 낮추라"고 일갈했습니다. 고물가 탓을 기업에 돌리는 것은 현재 중간선거를 앞두고 궁지에 몰린 민주당의 정치적인 행보로 해석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여러 곳에서 대통령의 '기름값 강제로 내리라'는 발언이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두고 "정부의 방향이 잘못됐거나, 기본적인 시장의 역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위적으로 정부가 기름값 하나 낮춘다고 물가가 잡히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뜻이겠죠.
정부가 인위적으로 물가를 잡으려다 수급 관리에 실패해 오히려 가격을 폭등시킨 경우는 역사적으로도 수 차례 있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 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경제 매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를 '실책'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서 "똑같은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했다면, 반대편에선 '권위주의적'이라는 힐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미국 석유가스협회는 조금 더 냉소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트윗을 인용하면서 "이 트윗을 올린 백악관 인턴이 오는 가을학기에 경제학원론을 수강하는지 확인해달라"는 글을 올렸죠. 현 정부의 대응이 아마추어적이라는 겁니다.
미국 행정부의 강한 의지와 달리 국제유가는 외부 요인으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지금 국제유가 상황 보면 서부텍사스산중질유 WTI 8월물이 전거래일보다 2% 오르면서 배럴당 110달러를 또다시 넘어섰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면서 공급 문제로 인한 유가 상승 압력이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미 증시에 상장한 스팩(SPAC)들이 최근에는 합병 대상으로 전통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는데요. 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
<기자>
조금 냉철하게 보면 SPAC 트렌드가 성장주에서 전통사업들로 옮겨갔다기보다는 현재 미국에서 SPAC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보는 게 더 타당할 수 있겠습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일 겁니다. 하나는 유동성의 변화겠죠. 시장에 유동성이 넘쳤던 팬데믹 직후, 그리고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SPAC주를 비롯해서 밈 주식, 비트코인, 성장주 등의 투자가 큰 트렌드였습니다. 이런 것들이 인플레이션 문제와 여기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이 겹쳐지면서 기존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 당국의 관련 규제 강화라는 요인일 겁니다. SPAC 투자는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회계지침이 변경되면서 이미 한 차례 철퇴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자본으로 인식했던 신주인수권을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 경우를 명시했고, SPAC 상장기업들에 대한 조사도 여러 건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SPAC으로 상장한 종목들도 주가 성적표가 대체로 좋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SPAC 합병을 통한 상장 소식도 월가에서 잘 들리지 않고 있고요. 스팩주 관련 ETF 가운데 하나인 De-SPAC ETF, 티커종목명 DSPC 보면 연초 대비 주가가 67% 넘게 하락했다는 점 참고하셔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