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우려에 내려앉은 미 증시…기업 실적 낙관론 문제없나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2-06-29 23:03
리비아 정정불안에 유가↑
증시 방향성, 7월 어닝시즌 관건
크루즈·항공주 하락세
여기는 미국 동부시간 29일 오전 9시31분입니다. 오늘은 좀 나쁜 소식 때문에 개장 전부터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북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인 리비아가 정정불안으로 주요 원유 수출항이 시위대에 의해 가동을 또다시 멈췄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리비아가 정상적으로 원유를 생산하면 하루 평균 110만 배럴 정도가 세계에 공급되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 WTI 8월물은 현재 배럴당 113달러를 넘는 가격에 거래중입니다.

어제 시장 변동 요인으로 소개해드리기도 했었던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치까지 밑돌며 100 아래로 떨어진 뒤 월가에는 또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수요를 줄이는 통화정책을 펼치다 경제가 경착륙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인데요. 이 부분은 결국 앞으로 기업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좌우할 겁니다.



경기가 정말 침체될까, 이건 곧 시작될 7월 어닝시즌을 여느 때보다 월가가 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지 분위기 살펴보면요, 지금까지 월가에서는 대체로 하반기 기업 실적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부분을 예측합니다. 먼저 올해 S&P 기업 수익이 1년 전보다 약 1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합니다. 경기 침체 구간에는 기업 수익이 일반적으로 20% 정도 감소해왔는데요. 현재의 S&P 기업 수익 추정치를 미루어보면 적어도 아직까지는 월가 분석가들이 대체로 낙관적이고, 한편으로 기업 수익 추정치에 경기 침체 가능성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 하나는 올해 기업 이익 증가의 대부분은 에너지 회사의 호실적이 차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유주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과 같은 경우에는 올해 이익 예상치가 전년비 313%라는, 일반적인 경제 상황에서 나오기 어려운 높은 수치가 나오고 있고, 셰브론과 코노코필립스도 세 자릿수 대 이익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반기까지 S&P 기업 종목군 내에서 이익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말해 대형 에너지주의 높은 이익률이 S&P 기업들의 전체 실적을 지탱 혹은 왜곡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프리마켓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 보이는 종목들도 살펴볼까요. 모건 스탠리의 충격적인 보고서 이후에 크루즈 운영 기업인 카니발, 티커종목명 CCL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카니발은 S&P 500 기업 가운데 오늘 프리마켓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기업이었는데요. 개장 전 거래에서만 9% 가까이 떨어졌죠. 제이미 롤로 애널리스트가 카니발의 목표가를 주당 13달러에서 7달러로 크게 낮췄습니다. 만약에 지금과 같은 재무상황에서 여행 취소를 유발하는 새로운 수요 충격이 이 회사에 닥치면 주가가 0달러로 떨어지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강력한 경고도 날렸죠.

카니발이 예상보다 크루즈 운영 재개가 늦어지고 있어서 하반기 매출 전망이 15% 떨어질 것으로 봤고, 현재 카니발의 재무상태, 특히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순부채가 3배에 가까운 30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요. 같은 크루즈주인 노르웨이안 크루즈, 티커명 NCLH 역시 주가가 4.5% 가량 떨어졌습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델타 항공과 같은 항공주들도 개장 전 거래에서 대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