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부터 장마에 돌입한 가운데 기상수문국이 북한 전역에 폭우와 많은 비 경보를 내렸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매체는 이날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됐다"며 오는 30일까지 양강도·함경북도·나선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폭우와 많은 비 경보'를 발령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중국 황허(黃河·황하) 유역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대부분 지역에 비와 소나기가 내리겠으며, 평안북도 일부 지역에는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오겠다고 전망했다.
TV는 "이미 폭우와 많은 비가 내린 상태에서 또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세게 부는 상황"이라며 "청천강 유역과 압록강 유역, 대동강 유역에서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해당 단위들에서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해도와 강원도 내륙, 개성시에 예상되는 비의 양은 오는 30일까지 250∼30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오는 28일 오전까지 서해안 여러 지역에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불겠으며 룡천군, 온천군, 룡연군 등에는 한때 초속 15m 이상의 센 바람이 불겠다고 내다봤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평양은 지난 25일 밤부터 쏟아진 비로 가로수가 뿌리째 뽑힐 정도로 큰 피해를 봤다.
전날 평양시 대동강구역에서는 3시간 동안 104∼170㎜ 이상의 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룡천과 사리원에서는 직경 15∼30㎜의 우박이 내렸다.
중앙TV가 공개한 화면을 보면 농작물이 강풍에 쓰러지고 도로는 주민들과 차량이 이동하기 버거울 정도로 흙탕물이 차올랐다.
김일심 전력공업성 부국장은 "어제 많이 내린 비와 센 바람, 벼락으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며 "화력발전소 부문에서는 석탄 유실을 막고 저탄장에 고인 물빼기도 철저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신의주 석하협동농장 관계자도 "26일 새벽 뜻하지 않게 1∼2시간 내 100㎜의 많은 폭우가 내려 농작물에 피해를 줬다"며 "침수된 면적도 수십 정보나 되고 매몰된 포전(논밭)도 많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자칫 올해 장마철이 태풍 '볼라벤' 피해를 보았던 2012년의 재현이 될까 봐 우려하며 모든 부문에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태풍과 큰물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빈틈없이 세워야 우리 당의 숙원사업들을 제 기일에 손색없이 완성할 수 있다"면서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에서 최대의 적은 안일과 방심, 요행수를 바라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농촌에서는 물길 내기에 주력하고,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장과 련포온실농장 건설장 등 주요 건설 부문의 자재와 설비들이 비를 맞아 못쓰게 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한편 북한에는 현재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도는 가운데 이번 비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봄 가뭄으로 타격을 입은 논밭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려 식물 뿌리에 타격을 입히면 식량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