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행원이 선택한 퇴직연금...미래에셋, 씨티銀 유치 1위

입력 2022-06-27 15:02
수정 2022-06-27 18:48
미래에셋, '압도적 1위'..한투·삼성·신한 순
"자유로운 인출· 다양한 금융상품이 증권업 퇴직연금 강점"
다음 준비하는 미래.."未퇴직자 연금도 공략"
지난해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이후 임직원들의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전 금융사가 경쟁을 펼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많은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퇴직절차가 마무리된 씨티은행 퇴직자들의 1차 환급금이 이들이 선택한 금융사로 이날 이체될 예정이다. 8월로 예정된 2차 환급의 지급액이 미미한 수준이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세차례에 걸쳐 진행된 퇴직자들의 퇴직연금 유치전이 일단락된 셈이다.

씨티은행 소매금융 직원 2천여 명이 퇴직하면서 시중에 풀리는 자금은 약 1조2천억 원 규모로 지난 2015년 SC제일은행 희망퇴직 당시 약 6천억 원, 2018년 한국GM 희망퇴직 당시 5천억 원 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유례 없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1조2천억 원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관심이 쏠렸는데 퇴직자들이 일시 수령한 금액 약 2천억 원을 제외한 1조 원 가운데 90%이상이 증권업계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미래에셋, 절반이상 차지 '압도적 1위'..한투·삼성·신한 순

증권으로 이동한 약 9천억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래에셋증권이 차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씨티은행 퇴직자들의 자금을 4500억 원 이상 유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씨티은행이 선정한 퇴직자 설명회 사업자에 삼성생명, 삼성화재, 교보증권과 함께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포함된 바 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2천억 원 넘게 유치하면서 2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초 설명회 사업자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씨티은행 소매금융 직원들이 많은 곳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고객 밀착' 전략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그 외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이 모두 합쳐 약 1천억 원을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까지 씨티은행 퇴직자들의 법정 퇴직금 유치전에서는 다소 소극적이였던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이 5월 진행된 위로금 유치전에 본격 참여하면서 NH투자증권이 당초 순위였던 4위에서 두 계단 뒤로 밀렸다.



◇ "자유로운 인출· 다양한 금융상품이 증권업 퇴직연금 강점"



이미 금융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은행원들이 퇴직연금 계좌로 은행이나 보험이 아닌 증권을 찾은 이유는 연금 인출 방식이 자유롭고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이나 보험의 경우 연금 인출을 한번 결정하면 수령액이나 수령 기간 조절이 불가능하다. 예를들어 연금 가입자가 매월 100만원씩 받겠다고 확정해 놓으면 만약 급한 자금이 필요하거나 재취업 등으로 자금을 축소해서 받고 싶어도 변경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의 경우 수령액이나 수령 기간 조절이 가능해 만약 재취업을 하게 되더라도 연금 수령을 중단할 수 있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ETF나 리츠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은행에서는 예금과 펀드 상품만 가입 가능하지만 증권사에서는 예금과 펀드를 포함해 ETF와 리츠도 거래가 가능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5월말 기준) IRP계좌에서 거래가능한 ETF와 리츠수는 미래에셋이 451개,21개로 가장 많은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한투(ETF 449개/리츠 21개), 삼성(ETF 437개/리츠 21개), 신한(ETF 353/리츠 21개)로 가입 가능한 상품의 수도 이번 고객 유치전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도 증권사의 경우 비대면 가입고객의 경우 평생 수수료가 무료인 점 등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 다음 준비하는 미래.."未퇴직자 연금도 공략"



씨티은행 퇴직자들의 퇴직연금 유치전은 마무리됐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씨티은행의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위해 애쓴다는 계획이다. 씨티에 남아있는 미 퇴직자들의 퇴직 연금 공략의 일환이다.



현재 씨티은행은 '퇴직연금' 제도가 아닌 '퇴직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퇴직금' 제도에서는 직원들의 퇴직을 대비한 충당금을 회사 내에 쌓아두기 때문에 현재 씨티는 퇴직충당금의 일부만 '퇴직보험' 형태로 적립하고 있다.

만약 씨티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경우 직원들의 퇴직을 대비한 자금을 대부분 사외 적립해 금융기관이 운용하게 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퇴직금이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돼 있기 때문에 퇴직금을 떼일 위험이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현재 씨티은행에 남아있는 직원들이 1500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제도 도입시 가능한 유치 자금은 약 3천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