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1300원 돌파…지금 달러 사면 '대박 or 쪽박?'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6-27 09:34


지난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8년 만에 처음으로 0.75%포인트(p) 인상했다. 월가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번에 금리인상 폭보다 직전에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렸던 1994년이다. 이때부터 각국 금리 간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시작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발산은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포착해 현재 미국 시카고대의 케네스 포메란츠 교수가 처음 주장했던 용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FT)의 칼럼리스트인 마틴 울프는 신흥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흡수해 압축성장이 가능함에 따라 소득격차가 줄어든다는 ’대수렴(great convergence)’으로 반박했다.

‘불균형’의 상징어인 대발산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던 때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가 추세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던 1994년 이후부터다. 미국은 당시 현안이었던 물가를 잡기 위해 1994년 3.75%였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6%로 대폭 올렸다. 반면 유럽국가들은 1990년대 초 통화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다.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차 확대는 곧바로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역(逆)플라자 합의까지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 국면이 지속되는 루빈 독트린 시대가 맞았다. 대표적으로 1995년 4월 79엔대까지 폭락했던 엔·달러 환율은 불과 5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148엔대까지 치솟았다.

어빙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자금이동이론 상 미국 금리가 오르고 강달러가 되면 신흥국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이탈이 발생한다. 대발산이 시작됐던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를 시작으로 1996년 아시아 통화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 사태에 이르기까지 신흥국들은 순차적으로 금융위기를 겪었다.

6월 FOMC 회의 직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1994년 이후 전개됐던 상황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데쟈뷰 악몽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물가, 금리 간 상충관계인 트릴레마에 빠진 여건에서 미국과 친미 국가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반면 중국과 친중 국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 이미 대발산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도 재현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논쟁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해 5월 이후 달러인덱스는 89대에서 최근에는 105대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중 엔·달러 환율은 107엔대에서 135엔대로 치솟고 있다. 미국은 당면한 수입물가를 잡기 위해 달러 강세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옐런 독트린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신흥국들은 1990년대 상황보다 더 안 좋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로 금리정책에 따라 빚의 무서움을 모르고 조달했던 달러부채 만기일이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2025년까지 매년 평균 4000억 달러 이상 달러부채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올 들어 신흥국 위기도 발생하고 있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적극 참여국을 중심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로 보면 취약 신흥국 74개국 중 무려 58개국이 금융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IMF도 부도설이 끊임없이 제기될 만큼 재정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최대 쿼터국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수주의로 재원확충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된 금융위기로 구제금융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IMF는 1944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자체 국채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그림 1> 6월 FOMC 회의 점도표 (자료 :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



때맞워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섬에 따라 온통 날리다. 과거 아시아 통화위기,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과 같은 대형위기가 발생할 때만 이 선을 넘었던 만큼 제2 외환위기, 미증유 퍼펙트 스톰 등 각종 위기설이 난무하고 있다. 정책당국에서도 원·달러 환율 안정시키기 위해 연일 대책회의를 갖느라 바쁘다.

현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1300원 이상의 원·달러 환율’을 전혀 예상치 못했느냐 하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2020년 3월 128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082원으로 급락했던 작년 초까지다. 각국의 격리대응으로 자본의 이동이 제약됐던 이 시기에는 미국이 달러화를 가장 많이 풀었다.

두 번째 단계는 백신이 보급으로 코로나 사태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작년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은 19% 상승해 같은 기간 중 달러인덱스의 상승률인 1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속한 선발 신흥국의 환율 상승률 2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충분히 예상됐던 원·달러 환율 수준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 리처드 데이비스가 주장한 ‘극한 상황’에 몰릴 확률이 높아진다. 정책당국이 ‘마치 무슨 일이 난 것처럼 요란하게 대응하면 달러 수요를 부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징성이 큰 선(big figure)이 무너질수록 균형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후적으로 대책을 모색하더라도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수단이 얼마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경제변수는 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통제변수’와 ‘행태변수’로 나뉜다. 전자는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수단이 많고 효과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반면 후자는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수단도 제한되고 효과도 불투명하다.

작년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통계기법 상 요인분석을 해보면 우리보다 미국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cury, 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 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작년에 원·달러 환율이 올라간 것은 머큐리 요인이 컸다. 지난해 미국은 6.7% 성장한 반면 우리는 4%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마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뒤늦게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3월 회의에서 0.25%포인트(p)를 시작으로 매회의 때마다 한 단계씩 높여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요인을 따진다면 경기 부진과 크게 확대되고 있는 무역적자를 들 수 있다.

<그림 2> 한국 금융상황지수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2년 6월)



일부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으로 한미 간 금리역전 우려에 따른 달러 캐리 자금의 본격 청산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미국도 주가와 채권가격, 심지어는 집값까지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각은 쉽게 이해가 안 간다. 오히려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중국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신흥국의 위기 대책은 경기, 무역수지 등과 같은 펀더멘털 건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을 달러 캐리 자금 청산으로 인식하고 우리도 금리를 빅스텝 이상으로 올려 대응할 경우 ‘경기침체→외국인 자금 이탈→원·달러 환율 상승’ 간의 악순환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인플레 문제도 한국은행의 분석대로 해외에서 제공하는 공급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면 금리인상뿐만 아니라 감세와 규제 완화, 생산성 증대, 공급망 확보, 임금상승 자제 등을 통한 정책 혼합(policy mix)이 더 효과적이다. 인플레를 극복하는 주체도 한은이 주도하기보다 정책당국, 정치인, 기업, 국민 등 모두가 프로 보노 퍼블릭코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달러 투자도 그렇다. 작년 초에 달러를 사뒀더라면 지금은 달러당 220원 이상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달러를 사면 일부에서 예상하는 1350원까지 오르더라도 50원, 수익률로는 외화수수료를 감안할 경우 3%도 안 된다. 오히려 내 개인적인 행동으로 우리 국민 전체에게 커다란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