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표적인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히던 엔터기업들의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며 투자자들의 속을 태웁니다. 대장주 하이브가 BTS 활동 중단 논란에 주가가 고점 대비 65% 빠지면서 엔터주 전반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입니다.
증권가는 K팝 산업 자체의 성장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분석하는데요. 음반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하반기 콘서트 재개가 기대되는 만큼 실적 성장성은 충분하단 전망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엔터 기업들 주가가 많이 빠졌죠?
<기자>
소위 엔터 빅4로 불리는 하이브와 에스엠, JYP Ent.(JYP엔터),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모두가 부진한 상태입니다. 최근 석달만 놓고 보면 지난 4월 초 나란히 고점을 찍더니 최대 50% 이상 (22~56%) 빠진 상태입니다.
원인은 BTS의 활동 중단 논란으로 무너진 하이브 탓이 큽니다. 오늘(6월 24일) 종가가 14만 8,000원. 연중 최고가(42만 1,500)의 반토막은 물론 공모가(13만 5천원) 수준까지 빠졌죠.
증권가는 "1위 사업자의 주가 부진으로 산업 밸류에이션 하락이 예상된다"고 분석합니다. (메리츠증권) 한때 대표적인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힐 때와는 완전히 뒤바뀐 분위기죠.
<앵커>
논란이 거세지자 하이브는 활동 중단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죠. 하이브야 그렇다 쳐도 나머지 기업들은 왜 이렇게 빠지는 걸까요?
<기자>
저마다 사정이 있긴 합니다. 시가총액 순으로 살펴보면 우선 SM은 이수만 대표의 지분 정리가 끝나지 않은 점이 주가의 발목을 잡습니다.
SM의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 대표의 지분 매각은 1년 가까이 표류 중인데요. 지난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CJ는 협상에서 빠졌고, 이후 카카오가 나섰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그 사이 이수만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심도 제기됐는데요. 지난 3월이었죠.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추천한 후보가 감사로 선출된 바 있습니다.
<앵커>
최대주주의 지분 물량이 어디로 갈지 불확실해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군요. 다른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YG는 아티스트 공백이 심각한 점이 주가에 악재입니다. 지난 4월 회사를 대표하는 소속 그룹 빅뱅이 4년 만에 돌아왔지만, 실적으로 이어지는 공연이나 실물 음반 판매가 없어 수익 면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블랙핑크만 해도 완전체 활동이 2년 동안 없었구요. 3분기 앨범 공개와 4분기 월드 투어가 예상되지만 확실한 건 없습니다.
<앵커>
JYP는 어떻습니까? 오늘 트와이스 나연이 솔로로 나왔다면서요?
<기자>
8년차 아이돌 트와이스의 멤버 나연은 얼라운드 아이돌로 평가받습니다. 오늘(24) 앨범과 함께 뮤직비디로를 공개했는데 한 시간만에 유튜브 조회수 2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렇듯 JYP는 아티스트들을 꾸준히 늘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데요. 하지만 이는 곧 콘텐츠 제작비나 마케팅 지출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내년에만 4팀의 신인 그룹이 데뷔를 앞두고 있어 비용 증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트와이스의 재계약 여부도 관심인데요. 7년간의 계약이 끝나가는 상황인데,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에 따라 주가의 행방이 좌우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앵커>
각각 리스크 때문에 리오프닝에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군요. 주가는 이런데 K팝은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면서요?
<기자>
최근 K팝 음반 판매량은 전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과거에는 백만장 정도 팔린 노래는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히트곡 하나 없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5월 K-POP 음반판매량은 천만 장(996만 장)에 달한 것으로으로 집계됐는데, 종전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6월(762만 장)의 기록을 2백만 장이나 뛰어넘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20년 동안 쪼그라들던 실물 음반 판매량이 반등에 성공했는데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그 동안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어온 Z세대를 중심으로 음반을 사서 듣는 문화가 되살아 난 점이 꼽힙니다. K팝 기업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이익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입니다.
<앵커>
음반도 음반이지만 하반기에는 오프라인 콘서트도 열리지 않겠습니까? 이 부분도 긍정적일 것 같은데요?
<기자>
상반기에도 콘서트가 열리긴 했지만 대부분 미국에서 이루어졌죠. 이에 반해 하반기에는 국내외 콘서트가 본격적으로 다시 열릴 전망입니다.
코로나19로 닫혔던 월드 투어는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재개된 바 있는데요. 공연 매출 성장은 물론 콘서트 장에서의 MD 판매량도 늘어나면서 이익이 늘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현지 연구원입니다
[이현지 /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한경코리아마켓, 6/20) : 2·3세대 아티스트 선호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수익화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트와이스는 지난 4월에 국내 걸그룹 최초로 도쿄돔에서 세 번 연속으로 공연을 진행했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8월부터 잠실 운동장 공사가 예정돼 있죠. 리모델링 완공 시점은 2025년으로 4년간 콘서트 개최가 불가능합니다. 국내 아이돌 콘서트가 대부분 잠실 운동장에서 열리는 만큼 이전 수준의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콘서트가 다시 열리는데 국내 대표 공연장이 공사에 들어간다니 답답한 상황이군요. 마냥 반가운 상황은 아니겠습니다?
<기자>
하이브를 예로 들면 지난해(2021년) 콘서트 매출 규모는 5천억 원이 넘습니다. 콘서트는 하이브 전체 매출(1조 2,559억 원)의 40%에 달하는 주요 수입원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서의 콘서트의 경우 현지 회사에 개런티를 주고 나면 이익이 적은 게 현실입니다. 콘서트 매출은 크지만 관련 마진은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올라가는 인건비도 수익성을 깎아내리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엔터 산업은 오랜 기간 저임금 노동에 기반해 성장해 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해(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인력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SM과 JYP, YG까지 모두 인센티브를 지급한 바 있죠. 그결과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 분기 인건비(61.4억 원)가 이전 분기(37.2억 원)의 두배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IT 기업들이 보너스 경쟁을 벌인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엔터 산업에서 펼쳐질 것이란 예상입니다.
<앵커>
단순히 음반이 잘 팔리고, 공연이 다시 열리는 게 다가 아니란 뜻이군요.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엮이며 주가가 내려앉은 상황인데, 희망적인 이야기도 좀 해보죠. 저점이란 말은 달리 보면 투자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증권가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를 추천합니다. 최근 두 달간 14곳의 증권사가 '매수'의견을 냈는데요. 와이지엔터를 두고 '하반기의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시기'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최근 레드벨벳, TWICE 등 5 년차 이상의 걸그룹들이 직전 앨범보다 높은 초동 판매율을 기록 중인데요. 기세를 몰아 블랙핑크가 새 앨범을 내놓으면 최소 150 만장이 넘게 팔릴 것이란 예상입니다.
iKON(아이콘), 트레져의 일본 투어가 예상되는 등 아티스트 활동이 하반기에 몰려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SK증권은 "올해 와이지 실적은 뚜렷한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 "현 시점을 편안한 매수 구간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