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시행된 ‘식량 수출 제한 조치’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민관이 협력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이 같은 내용의 ‘식량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세계 각국이 내린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는 57건이다. 이 가운데 45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됐다.
주요 품목 중에서는 소맥(18건), 대두유(10건), 팜유(7건), 옥수수(6건) 순으로 많았다.
우리나라는 주로 식량을 수입해 이를 가공·소비하는 산업 구조여서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따른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에 달한다. 주요 식량인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 수준이다.
무역협회는 "현재 세계 식량 안보는 수출제한 조치로 2007~2008년 세계 식량 가격 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때보다 리스크(위험)가 더 큰 상황"이라며 "지난달 27일 기준 수출제한 조치로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는 세계 전체 수출량의 16.9%"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수출제한 조치가 36건임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수출 제한조치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 비중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제한으로 인한 국제가격 상승은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중국 등 세계 비료 수출 상위국이 비료에도 수출제한 조치를 내리며 사료·식품업계 전반에서 비용이 늘고 있다.
주요국의 식량· 비료 수출제한 조치로 인한 가격 상승이 품목별 국내 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출제한 이후 곡물, 유지, 비료 가격이 각각 45%, 30%, 80% 인상됐다.
이는 국내 사료(13.6%), 가공 식료품(6.1%), 육류 및 낙농품(6%)의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곡물·식량작물(3.9%), 채소·과실(3.2%) 등 농산물도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김나율 무역협회 연구원은 “식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를 구축해 사전에 위험 품목을 파악하고 수입 대체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해외 농업개발을 확대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