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특별기획 <인재전쟁, 국가가 나서라>, 오늘 순서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블랙홀 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반도체 인력입니다.
한해 국내에서 배출되는 석·박사급 인재는 200여명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미국으로,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전효성 기자가 진단해 봤습니다.
<기자>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6. 18):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습니다.]
인재와 기술, 11박 12일 유럽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보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던진 화두입니다.
인재가 곧 기술인 시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최고 수준 인재 영입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석·박사 인력은 연간 220여명. 앞으로 10년간 약 5천명이 부족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배출되는 석박사 인력들도 최근들어 부쩍 미국행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혁재 /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작년에 박사를 4명 받았는데 한 명은 벌써 미국으로 갔고, 한 명은 취업 제안 받고 비자를 기다리고 있고, 또 다른 한 명도 해외 취업을…]
초강대국 미국이 안보 전략자산으로 반도체를 선택하면서 대대적인 기업 유치와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덜하지만 높은 연봉을 받고 중국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김철섭 / 커리어케어 상무: 해외에서 한국에서 받았던 연봉의 3~4배 정도를 제안하기 때문에 중국으로 나가는 경우들이 여러 건 있습니다.]
글로벌 칩 메이커들이 특급 인재 확보에 목을 메는 것은 거대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남병석 / 네패스 반도체사업부: 이들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기술 혁신을 추진함으로써 팔로워들이 1.5배씩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1.5배가 개인 간 성과의 비교라고 한다면 파장 효과로 봤을 때는 굉장하죠.]
생산 라인을 관리하고 연구·개발을 돕는 학사급 인력도 부족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한해 국내 반도체 관련학과 졸업생 수는 650명, 필요한 인력 1,500명의 절반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 부족한 인력은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학과 졸업생들 대부분은 특정 대기업으로 향합니다.
[차진서 / 성균관대 반도체공학과 학생: 진학할 때부터 삼성이라는 이름을 듣고 들어오다 보니 들어올 때부터 삼성이라는 이름에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소부장, 즉 소재-부품-장비 회사들의 인재 부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연구개발부터 설계, 생산까지 전 분야에서 걸쳐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준비 중인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