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총 16조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매수 결제액에서 매도 결제액을 뺀 값)은 120억8천700만달러(약 15조6천500억원)로 집계됐다.
종목별로 보면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23억800만달러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TQQQ)(20억5천400만 달러)가 2위를 차지했고,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SHS ETF(SOXL)(12억8천900만달러)가 3위였다.
4위와 5위에는 각각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8억3천200만달러), 애플(7억1천900만달러)이 올랐다.
뉴욕증시가 연초부터 내내 약세를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기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31.95% 폭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3.07%,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7.64% 급락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고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긴축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서 뉴욕증시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주가 반등을 노렸던 국내 투자자들은 내내 큰 폭의 손실만 경험하고 있다.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는 1천56.78달러에서 693.30달러로 34.4% 추락했다.
TQQQ와 SOXL은 각각 73.72%, 80.05% 급락해 반 토막도 건지지 못했고, 엔비디아(-46.96%)와 애플(-26.76%)도 폭락하긴 마찬가지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 인상)을 단행한 이달에만 지난 16일까지 테슬라 주가는 29.94% 떨어졌고, TQQQ(-61.19%), SOXL(-65.14%), 엔비디아(-37.71%), 애플(-16.25%)도 모두 내리막길을 달렸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해 말 677억7천871만달러(87조7천700억원)에서 지난 16일 513억3천276만달러(66조4천800억원)로 24.26% 감소했다.
보관 금액은 시장 가격 등을 반영한 결과로, 이 기간 국내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음에도 보유 주식의 평가 가치가 감소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만큼 해외주식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을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였던 시장은 하루 만에 '안도 랠리'를 끝냈고, 이튿날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2∼4% 급락했다.
이달 셋째 주 기준 S&P 500지수의 주간 하락률은 5.8%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최악이었다.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4.8% 떨어졌다.
연준의 광폭 금리 인상 행보가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를 재점화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애틀랜타 연은(연방은행)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 나우'에 따르면 2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0% 수준으로, 1분기(-1.5%)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해 기술적 리세션(경기 후퇴) 가능성이 커졌다"며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도 실물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의심이 여전하고, 연준의 정책 신뢰도 회복도 아직 미흡한 상황에서 리세션 우려가 증폭돼 주가 조정 압력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증시가 과매도 국면을 맞이하며 급락한 데 따라 기술적 반등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를 통해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투자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기술적인 반등 폭도 제한될 확률이 높다"며 "낙폭이 과대한 성장주 유형을 저가 매수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