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에 올해 국내 증시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동학 개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7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 금액은 27조1천억원(유가증권시장 20조8천억원, 코스닥시장 6조2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에 코스피 2,500선이 붕괴되는 등 최근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개인의 투자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의 평균 매수 단가(순매수 금액/순매수 수량)는 6만7천900원이다. 17일 종가 5만9천800원 기준으로 12%가량 손실권이다.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주 추락 여파는 더 컸다.
올해 개인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평균 31만1천841원, 9만2천405원에 순매수했으나 주가는 각각 23만7천500원, 7만2천200원으로 추락했다. 네이버는 24%, 카카오는 22% 손실권이다. 그 밖에 삼성전자우(-9%), SK하이닉스(-1%), 삼성전기(-11%), LG전자(-16%), LG생활건강(-24%), 현대차(-2%), 두산에너빌리티(-17%) 등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평균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 급락 여파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 규모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천만원으로 집계됐다. 15일 반대매매 규모는 315억6천만원으로 작년 10월 7일(344억2천만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많았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127억∼174억원대였던 반대매매 규모는 14일 260억3천만원으로 껑충 뛰고서 이후 이틀 연속 300억원을 웃돌았다. 코스피가 13일 '검은 월요일'을 시작으로 2,500선까지 내주는 등 증시가 '공포의 한 주'를 보내면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 지난주(13∼17일) 코스피는 5.97%, 코스닥지수는 8.18% 각각 떨어졌다.
반대매매가 많아지면 주식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자체의 하락 압력도 커진다.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 시 이른바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하면서 낙폭을 키울 수도 있다.
주가 하락과 반대매매 증가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의 잔고는 20조6천863억원이었다. 2021년 2월 4일(20조2천629억원) 이후 최저치다.
투자 심리 위축에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6일 기준 57조207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5월 3일(77조9천18억원)과 비교하면 21조원 정도 줄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