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닙니다" 피살 공무원 아들의 편지

입력 2022-06-17 23:28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유족이 '월북' 누명을 벗었다며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고(故) 이대준씨의 부인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대신 읽었다.

아들은 편지에서 "아버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 순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셨다"며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다. 죽지 않으려면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멈춰서는 안 되기에 끝없이 외쳐야 했다.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고…"라며 그간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직접 챙기겠다, 늘 함께하겠다'는 거짓 편지 한 장을 손에 쥐여주고 남겨진 가족까지 벼락 끝으로 내몬 것이 전 정부였다"며 "이제는 이런 원망도 분노도 씻으려고 한다"고 썼다.

이씨의 아들은 윤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그는 "지난 1월 31일 만나 뵀을 때 제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라'고 해주신 말씀이 너무 따뜻했고 '진실이 곧 규명될 테니 잘 견뎌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에 다시 용기가 났다"고 말했다.

특히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 석 자를 부르며 "세상에 대고 떳떳하게 아버지 이름을 밝히고 월북자가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했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씨는 2020년 9월 서해상을 표류하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해경은 군 당국의 첩보와 이씨에게 도박 빚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그가 자진 월북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지만 인천해양경찰서는 전날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과거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