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손보 출범 앞두고 있지만…디지털보험업계 '적자' 딜레마

입력 2022-06-15 19:10
수정 2022-06-15 19:10
캐롯·하나손보, 올 1분기 모두 '적자'
설계사 위주 판매채널 한계
상품 차별화·접근성이 '관건'
<앵커>

신한손해보험와 카카오페이손보가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디지털 보험 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됩니다.

디지털 보험 선두 자리를 두고 기존 디지털 보험사간 경쟁이 가열이 될 전망입니다.

이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신한손해보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신한금융의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관련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카디프손보는 총 자산 1,300억 원의 소형 보험사인 만큼, 디지털 보험을 발판 삼아 소액 단기 보험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신한금융이 500억 원 규모 출자를 준비하고 있어 이런 전략에 더욱 힘이 실립니다.

업계는 새로운 전략을 앞세운 디지털 보험사가 인터넷 가입(CM) 채널의 동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 김대종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디지털 보험사가 들어오는 것이 굉장히 경쟁을 유발하게 되고 소비자 편익도 증진시키기 때문에 굉장히 바람직합니다. 전통적인 보험사에 온라인 보험사가 들어오게 된다면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게 되는 겁니다. ]

다만, 디지털 보험 업계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점이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존 캐롯과 하나손보에 이어 3분기 내에 카카오페이손보까지 등장을 앞두고 있어 신한손보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여행자와 동호회 등 생활 밀착형 소액 보험을 필두로 시장 확장을 준비 중이고 캐롯과 하나도 디지털 특화 상품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타 세대 대비 높은 MZ세대를 겨냥한 상품 경쟁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황인창 /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 기존 보험사들이 제공하지 않았던 서비스나 상품을 시장에 출시를 하는 게 한 번에 시도를 한다고 성공하지 않을 겁니다. 시도 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도 크기 때문에 신생 회사들이 계속 해서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있으면 디지털 전환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

디지털 보험사가 4강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 보험사가 누가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민재입니다.

<앵커>

올해 신규 디지털 보험사들의 합류가 예고되면서 온라인보험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업계의 뜨거운 관심과는 달리, 정작 수익성면에서는 기대감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디지털 보험사들의 과제는 무엇인지,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현재 가칭 신한손해보험까지 '디지털보험사 4강 구도'가 성립된 상황인 것 같은데,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럴만도 한게, 현재 영업 중인 디지털보험사들이 전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미니보험이나 온라인보험이 트렌드다, 이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데 정작 '돈은 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성적을 들여다보면요, 디지털보험사 1호인 캐롯손해보험은 올 1분기 146억 원의 적자, 하나손해보험도 이 기간 69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앵커>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같은 경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데, 디지털보험사들은 적자를 내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먼저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2019년, 하나손해보험은 2020년 출범했습니다. 사실 얼마 되지 않은 보험사들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 등을 감안하면 흑자를 낼 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긴 한데요.

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금융권에서는 보험업권의 판매채널 특성을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혹시 앵커는 직접 온라인채널을 통해서 원하는 보험을 온라인으로 가입한 적 있습니까?

<앵커>

아직 없습니다.

<기자>

일반적으로 보험이라는 상품은 상품구조도 복잡하고 약관이라는 게 있어서 어려운 상품군에 속합니다. 게다가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도 아니고 미래 발생할 사고에 대비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아직까지도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권유상품'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아직까지도 보험사 판매 수익 중 85% 가량이 설계사 대면채널을 통해 이뤄집니다. 실제 올 1분기 손해보험사의 수입보험료 중 온라인판매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 수준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상품을 보다 덜 복잡하고 간단하게 만든다면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기자>

네. 그래서 디지털보험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니보험'입니다. 소액단기보험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주로 가입기간 1년 이내, 보험료가 1만원 안팎인 상품들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990원짜리 운전자보험이나 간편하게 선물을 할 수 있는 1만 원대 미니보험상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기간도 짧고 보장내역도 장기상품보다는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습니다. 그런데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사실 그리 돈이 되는 상품들은 아닙니다.

앞서 보신대로 온라인으로 가입하는 비중은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데, 그 마저도 보험료가 싸기 때문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당장 보험료만 봐도 미니보험만 갖고는 수익을 내기에 한계가 있어보입니다. 그럼에도 디지털보험사들이 늘어나고, 미니보험도 다양하게 출시가 되고 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먼저 보험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적으로 언택트,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상황이고요.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보험사들도 기존 시장 외에 틈새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과제도 생긴 상황입니다.

사실 금융당국도 미니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위한 자본요건을 완화하고 설립 신청을 받기도 했는데요, 결국 '수익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지금까지 접수된 건은 0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캐롯이나 하나손해보험의 경우에도 다양하고 획기적인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는 받았지만 결국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올해 카카오페이에 이어 신한손해보험까지 디지털보험사 형태로 출범할 예정인데, 뭔가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자>

맞습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이더라도 많이 팔면 돈이 되겠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경우에는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 채널이 있기 때문에 젊은 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감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보험사들을 살펴보면 신한이나 하나손보의 경우 금융지주 계열이긴 하나, 아직까진 카카오에 대응할만 한 플랫폼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먼저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가 가장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 온라인 채널을 통해 들어올 수 있는 소비자는 주로 2030, MZ세대들이 꼽히는데요. 이들을 어떻게 채널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힙니다.

<앵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입니다. 현재 주로 여행자보험이나 펫보험, 미니암보험 중심으로 단기상품들이 나와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경험데이터'가 더 충분히 쌓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니보험시장이 활성화 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종목도 다양하게 늘릴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보장을 필요로 하는 지, 적정한 보험요율은 얼마인 지 경험데이터를 충분히 쌓는 디지털보험사가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디지털보험 채널 특성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이 권유없이도 직접 찾아와서 가입할 수 있는 그런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이번 디지털보험사들의 경쟁의 '키'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장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