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우아한형제들 고발…배민 "시스템 고도화 중"

입력 2022-06-14 18:48
현실과 다른 '실거리요금제'로 라이더 수익 가로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실거리요금제'가 법적 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료의 기준이 되는 배민 앱이 현실과 딴판이라 주장하며 형사 고발을 결정한 상황이다.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달주문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을 사기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배민 애플리케이션(앱)의 예상 이동거리가 유턴이나 일방통행, 좌회전 가능 여부 등 실제 교통정보와 달라 배달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100건을 직접 분석한 결과를 증거로 들었다. 이들은 "배민이 사용하는 프로그램(OSRM)이 사용자들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이어서, 오토바이로 운행했을 때 교차로 좌회전 가능 여부 등 불완전한 정보가 입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배민은 정확한 거리 측정 보다는 효율적인 콜 배차를 위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배달료를 측정하면 라이더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교통법규를 지키며 오토바이로 장거리 배달을 해야 할 경우 1,000~2,000원씩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배민은 지난 4월 21일부터 이동 거리에 비례해 배달료를 지급하는 '실거리요금제'를 도입한 바 있다. 올해 초 노사가 '내비게이션 실거리'를 기준으로 배달료를 매기자고 합의해놓고, 배민 측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배달 거리를 계산해 라이더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비판이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고용노동부 내 알고리즘 검증위원회 구성 △배달에 화물차 안전운임제격인 안전배달료(건당 최저임금) 도입 △라이더보호법 제정을 통한 알고리즘 협상권 보장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4월 시민단체가 "배민이 배달비 전부가 라이더에게 전달된다고 홍보했지만 상당 금액을 빼돌리고 있다"며 사기죄로 고발한 사례를 들었다. 배재훈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당시 경우와 유사하게 고발장을 작성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청년들은 "예상 이동거리가 짧게 나오는 경우도 있으나, 기존 내비게이션보다 더 길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예상 이동거리는 도로 정보를 기반으로 측정되며, 산이나 강과 같이 이동할 수 없는 지형지물에 따른 우회 경로를 반영하는 등 현실에 가깝게 구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실제 도로 정보와 차이가 나는 구간들을 계속해서 검토하는 등 해당 시스템에 대한 고도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