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빚투 공포...동학개미 '이중고' [증시프리즘]

입력 2022-06-14 19:04
수정 2022-06-14 19:08


<앵커>

증시프리즘 시간입니다. 국내 증시 진단을 위해 증권부 박찬휘 기자와 이야기 나눠 봅니다.

박 기자, 오늘 양 지수는 6월 FOMC 회의를 앞두고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하루만에 갈아치웠습니다.

<기자>

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우려가 또다시 증시를 끌어내렸습니다.

다만 장 초반에 비해 낙폭을 줄였는데요. 장중 미국 선물 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환율시장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던 개인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빠질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오늘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87억 원 순매수 하는데 그쳤는데요.

이는 그간의 매수 규모보다 훨씬 작은 수준입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1천억 원 가량 순매도했습니다.

실제로 동학개미들이 계속된 하락에 지쳐 증시를 떠나가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70조 원이 넘었던 예탁금 규모가 매달 큰 폭으로 줄어들며 이달 들어 57조 원대로 대폭 줄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개인투자자들 중에서도 특히 신용거래를 이용한 투자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미국발 긴축 공포에 증시 패닉셀이 이어지면서 소위 빚내서 투자한 '빚투' 개미들에게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신용거래 잔고 규모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늘었는데요.

하지만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수익률은 좋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 중 올해 신용잔고 상위 5개 기업의 주가 등락률을 보면 상황은 심각합니다.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기업이 3개나 되는데 20%에서 많게는 30% 넘게 빠졌습니다.

실제로 주가가 크게 빠진 종목들 위주로 반대매매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매매'란 개인이 신용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한 경우 빌린 돈을 기간 내에 갚지 못했을 때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반대매매에 따른 주가 하락은 또 다른 반대매매로 이어져 악순환이 되기 때문에 반대매매 급증은 증시에 악재로 여겨집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반대매매 평균 금액은 159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19년도 대비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앵커>

금리가 오른 것도 투자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지요?

<기자>

맞습니다. 가뜩이나 증시가 어려운 가운데 돈을 빌리는 것마저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용융자 이자율은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할 때 빌린 금액에 적용되는 이자율인데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 기조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샀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이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증권사들은 보통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이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바탕으로 가산금리를 얹는 방식을 통해 신용융자 금리를 결정하는데요.



양도성예금증서 91일물 금리는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8월 0.77%에서 현재 1.96%로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사들도 이미 이자율을 올렸거나 인상을 앞두고 있는데요.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이달 초부터 이자율을 인상했고, SK증권은 오는 20일 인상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 기준 5대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을 보면, 기간이 90일이 넘어갈 경우 9% 안팎으로 올라갑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대비 적게는 0.2%p에서 많게는 0.8%p까지 인상된 수준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박 기자, 이런 가운데 증시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대내외 악재로 국내증시가 연중 최저점을 경신한 가운데, 외국인 자금은 올 들어 20조 원 넘게 빠져나갔는데요.

이는 작년 전체 매도 금액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환율부담으로 외국인의 매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데요.

자세한 내용 홍헌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홍헌표 기자>

20조 원. 올해 초부터 6월 14일까지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순매도한 금액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전세계 증시가 출렁인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셀 코리아(Sell Korea)'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5월까지 16조 원 넘게 순매도했는데, 6월 들어서는 불과 8거래일만에 3조 원이 넘는 금액이 추가로 빠졌습니다.

외국인 순매도는 6개월도 안 돼 지난 2020년(24조3,790억 원)과 2021년(24조9,310억 원) 한 해 순매도금액의 80% 수준에 달했습니다.

국내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로 외국인 보유율이 불과 2년 새 5% 포인트나 하락해 50%가 깨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2020년 55.06%-2021년 53.81%-2022년 50.25%)

삼성전자의 주가는 외국인의 이탈과 맞물려 추세적인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김대종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환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금년 3.5% 내년 4.5%도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물가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오를 것을 대비한다고 하면 빨리 한국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봅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국내증시로 들어오기 힘든 환경입니다.

또한 미국 5월 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향후 FOMC에서 빅스텝이 아닌 자이언트스텝의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격차가 없다면 국내증시에서 자금이 더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달 들어 기관마저 1조 원 이상 순매도 하면서 주식시장에는 동학개미만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앵커>

한편 지난해 말부터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 역시 고물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유가가 증시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유가는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서철수 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하반기에나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국제유가'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증시 반등 시점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설명인데요.

서 센터장은 "투자자들이 대체에너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수희 기자 리포트로 만나보시겠습니다.

<지수희 기자>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동안 주가를 짓눌렀던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지정학적 악재들이 2분기를 정점으로 누그러 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 : 중국의 코로나 봉쇄도 최근 경기를 신경쓰는 쪽으로 방역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는 조금 길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 자체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와 긴축 우려가 줄어들면 시장 금리도 지금 보다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밸류에이션 상으로도 주식시장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하반기 반등을 위해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에너지 가격 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최근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등 지난 3월 우크라이나사태로 기록한 연중 최고점인 123달러에 바짝 다가서고 있습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 :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에너지, 원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가격입니다. 사상 최고치를 넘나들고 있어서...이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는 모습이 보여줘야 하는데..에너지나 물가, 긴축 우려가 기업 이익, 마진을 압박하는 요인이라서 비용 올라가고 연준이 금리 올리면 자본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결국 기업 이익이라는 주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에 에너지, 원자재, 지정학적 요인이 변수입니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높은 비용 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라 그린에너지와 여기에 기술력이 더해진 2차 전지 업종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 : 에너지 중에서도 대체에너지 같은 것들 있죠. 지금 지정학(문제) 때문에 유가 날라가고 있죠, 또 환경 때문에 대체에너지가 더 주목받고 있고요. 신재생 에너지들..원전이나 수소, 그린 에너지 관련된 태양광, 풍력 등이 있는데 원전이나 수소도 좋고 단기적으로 태양광 좋게 보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전기차입니다. EV(electric vehicle), 배터리쪽도 지정학이 연결이 됩니다. 중국이 전기차배터리 원재료 많이 갖고 있거든요. 환경도 연결이 되고 기술 다 관련이 있습니다.]

서 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해 분산투자하고, 투자 시점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개별 종목이 선정이 어렵다면 업종 전반에 투자하는 ETF로 접근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박찬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