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백화점.
골프웨어 브랜드 사이에 낯선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홈쇼핑 회사인 CJ온스타일이 해외 인기 브랜드 '바스키아' 라이선스를 가져와 골프웨어를 내놓은 겁니다.
주요 타깃층은 20~30대입니다.
[최준혁 / 현대백화점 골프 담당: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골프 용품 및 의류 매출이 50% 이상 고성장하고 있고, 예전엔 5060 고객층이 강세를 이루었는데, 2030 젊은 고객들 또한 골프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레깅스로 유명한 젝시믹스도 편안함을 무기로 골프웨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젝시믹스 관계자: 운동을 좋아하는 20대부터 40대까지가 타깃층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골프 열풍에 주목하게 됐고요.]
IT 회사 카카오의 계열사로 스크린 골프 사업을 하는 카카오VX도 진출을 선언했을 정도입니다.
[카카오 관계자: 저희가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면서 유통 단계를 줄여서 가격을 저렴하게, 좋은 원단의 소재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5조 6천억 원.
해마다 10% 이상 큰폭으로 성장하면서 올해는 6조 3천억 원수준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전통 패션회사뿐 아니라 홈쇼핑, IT기업까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150여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국내 홈쇼핑과 카카오도 골프웨어 시장에 뛰어들 만큼 국내 골프복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60여 개, 매월 5개의 신생브랜드가 생길만큼 뜨거운데요.
K-골프웨어의 특성과 변화를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골프복 시장은 올해도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면서요?
<기자>
올해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6조3천억원대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코로나 이후죠. 2020년 이후부터 골프웨어 시장은 매년 평균적으로 10% 넘게 성장했는데요. 이 같은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사실, 코로나 기간 밖에 나갈 일이 줄다보니 패션 전체 소비는 줄었는데요.
지난해에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패션 소비는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세는 유독 도드라집니다.
특히 한국 골프복 시장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요.
전세계 골프장의 42%가 몰려 있는 미국만 봐도, 지난해 골프웨어 시장은 1조 3천억원에 불과합니다.
한국 골프웨어 시장이 지난해 기준 5조 6천억 원이니 미국과 비교하면 4배나 큰 시장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셈이죠.
<앵커>
한국은 골프장 수도 적고, 인구도 적습니다.
그런데 유독 골프웨어 시장만큼은 최대 시장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별도 복장이 없는 미국, 유럽과 달리 한국은 골프웨어를 중시하기 때문인데요.
미국과 유럽은 골프를 스포츠로 인식하면서 골프 용품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골프가 비즈니스와 연결된 '문화'로 발달하면서 골프웨어 시장이 별도로 형성된 면이 있습니다.
경기 중에도 항상 매너 있는 자세와 복장을 요구해, 필드에 나가려면 골프룩을 잘 차려입고 나갔던 건데요.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2030골린이와 여성 골퍼가 대거 유입되면서 골프웨어를 명품처럼 소비하는 트렌드까지 더해졌습니다.
자신만의 골프패션을 SNS에 올리는 인증샷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골프웨어 시장은 더욱 커졌는데요.
특히 여성 골퍼들의 경우, 필드에 나가서 한 벌만 입는 게 아니라 게임 전후반으로 다른 골프패션을 보여주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한 번 필드를 나가려면 큰 비용이 드는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SNS에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입니다.
<앵커>
특히 고가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골프 티셔츠가 30만원대던데,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골프복도 "비싸야 잘 팔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MZ세대들의 명품 소비와 같은 현상이 골프웨어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나를 위해서라면 아끼지 않는다'는 MZ세대의 소비 특성과
골프룩 인증샷 문화로 캐릭터나 로고만 보고도 어떤 브랜드인지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고가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들과 똑같은 옷은 입기 싫고, 필드 위에서도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다 보니 비싸고 희소성 있는 골프웨어가 인기인데요.
이 같은 트렌드로 골프웨어 생산방식도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변하면서 골프웨어 가격은 더욱더 비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티셔츠 하나에 30만원을 낼 만큼 기능성 면에서도 우수하냐?" 이렇게 묻는 분들도 있는데요.
디자인 값이라고 말해야 할 거 같습니다. 명품을 살 때 수백만 원을 낼 만큼 기능 면에서도 우수하냐고 묻진 않는 거와 같은 셈입니다.
<앵커>
골프웨어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만,
기존에 잘 나가던 골프 브랜드는 오히려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면서요?
<기자>
슈페리어나 까스텔바작, 루이까스텔 등 10년 이상 골프복을 판매해 온 전문 골프복 업체들은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인데요.
새로운 골프복 소비자인 MZ세대와 여성골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비교적 고가의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데요.
전통의 골프복 업체들은 4050 이상의 연령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라는 올드한 이미지까지 더해져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신규 브랜드가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되는데요.
PXG나 지포어, 마크앤로나 등 주요 브랜드들은 지난해 단일 점포당 매출이 30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실텐데요. 백화점 2층에 가면 해외여성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죠.
이들 브랜드를 보통 명품의류로 분류하는데요. 이들 매장의 월 매출이 평균적으로 2억원입니다.
연으로 환산하면 24억원인데 이들 주요 골프 브랜드는 명품 패션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MZ세대와 여성골퍼들에게 인기있는 골프복 브랜드 중 고가만 있는 건 아닐텐데요.
토종 브랜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브랜드도 있다면서요.
<기자>
왁(WAAC)인데요. 천편일률적인 골프웨어 스타일과 달라서 인기인데요.
매너 운동의 대명사인 골프의 고정관념을 브랜드 명에서부터 깼습니다.
왁은 ‘Win At All Costs’의 줄임말로, ‘기필코 승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악동 이미지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른바 다이나믹한 패턴을 프린트하거나, 금색과 은색처럼 색상도 화려한 셔츠를 선보였는데요.
상대방의 시선을 교란시켜서라도 승리를 이끌어내겠단 엉뚱하고도 익살스러운 디자인으로 MZ세대들의 마음을 얻은 덕분입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FnC는 왁에 이어 스트리트 무드를 담은 골프웨어 브랜드 '골든베어'도 선보였는데요.
전형적인 골프복에서 벗어난 오버핏과 와이드 패턴을 접목한 상품으로 MZ세대를 공략한단 방침입니다.
<앵커>
국내 골프복 시장이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한 만큼 성장성에 대해선 우려스럽단 전망도 나옵니다.
<기자>
아웃도어 거품이 재현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골프웨어 시장도 2014년 7조원대로 정점을 찍고 2018년 2조원대까지 쪼그라든 아웃도어 수순을 따를 것이란 우려입니다.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호황을 누리던 골프복 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인데요.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습니다. 앞으로 4~5년은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인데요.
성인 3명 중 1명이 골프를 칠 만큼 새로 유입된 골퍼들이 많아서 골프웨어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