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주치의에게 편지를 보내 질병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위스 일간 노이에취리허차이퉁(NZZ)은 1935년부터 10년간 독일 나치 정권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치료한 이비인후과 전문의 카를 오토 폰 아이켄이 사촌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히틀러의 의사 중 한 명이었던 아이켄은 편지에서 히틀러가 1935년 5월 첫 진찰을 받은 후 자신에게 "(내 몸에) 나쁜 것이 있다면 내가 꼭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썼다.
이 편지들은 학교 과제를 위해 가족 기록을 조사하던 아이켄의 증손자 로베르트 되프겐이 발견했다.
편지에는 폴립 제거 수술이 히틀러가 연설을 하지 않을 때까지 연기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아이켄이 히틀러에게 수술 후에는 목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아이켄은 자신이 치료한 사람이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로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자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또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왜 히틀러를 죽이지 않았느냐'고 묻는 러시아 심문관에게 "나는 그의 의사이지,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NZZ는 보도했다.
독일 역사를 연구하는 영국의 역사학자 리처드 J 에반스는 이번에 공개된 편지의 진위에 대해 "아이켄이 남긴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