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에서는 4월 29일 이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한두 차례 빗방울이 들긴 했지만, 강수량은 3㎜도 안 된다.
가뭄은 일찌감치 더워진 날씨를 타고 전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충남지역의 경우 5월 평균 강수량이 5.4㎜로 평년(94㎜)의 17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보령(마늘, 양파), 서산(마늘, 감자), 부여(참깨, 고추, 콩), 청양(맥문동, 고추), 홍성(콩, 고추, 사과) 등에서 밭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논산을 제외한 14개 시군은 토양유효수분 45%를 밑돌면서 가뭄 '주의' 단계가 내려진 상태다.
충남도 관계자는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 39억5천만원을 투입해 한해 대책을 추진 중이며 소방서 등과 협조해 양수기, 호스 등 긴급 급수에 지원체계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호남 전역도 밭작물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가 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올해 누적 강수량이 207.1㎜로 평년(428.1㎜)의 46.7%에 머물면서 바다를 낀 해안은 '보통 가뭄', 내륙은 '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고구마 주산지인 전남 해남은 올해 강우량이 147.4mm에 머물면서 새로 심은 고구마 순이 말라 죽고 양파, 참깨밭에도 한해가 확산하는 중이다.
바싹 마른 날씨 속에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의 올해 누적 강수량도 138mm로 평년(256mm)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이로 인해 시군에서 관리하는 237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61.6%,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93개 저수지는 52.9%로 평년의 85∼8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안성에서 5만㎡의 감자 농사를 짓는 농민은 "감자는 지금이 한창 자라는 시기인데, 가뭄 때문에 성장이 제대로 안 된다"며 "수리 시설이 된 밭은 그럭저럭 버리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강원지역 저수지 78곳의 평균 저수율도 48.6%로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는 전국 평균(55.1%)보다 7.5% 포인트 낮은 수치다.
가장 낮은 저수율(14.1%)을 보이는 춘천 신매저수지는 바닥이 바싹 말라 갈라졌고, 곳곳에 풀까지 자라는 실정이다.
춘천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농민은 "가뭄이 이어지면 알이 여물지 않아 호스나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고 있다"며 "벌써 전기·수도 요금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사 피해가 늘면서 강원 영월군은 지난 3일 봉래산에서 비를 염원하는 기우제까지 지냈다.
가뭄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가뭄 대책을 긴급 점검하고 저수지 준설, 용수 개발 등에 나서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3일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기상청 등 관계기관과 17개 시·도, 충남 태안군과 전남 완도군, 경북 포항시, 경남 합천군 등 4개 시·군의 가뭄 대책을 긴급 점검했다.
정부는 최근 6개월 강수량(168㎜)이 평년의 49.5%에 머물고, 지난달(5.8㎜, 평년의 6%)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가뭄 극복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중이다.
전남도는 농업용수가 부족한 여수시 등 16개 시군에 가뭄대책 용수개발비 23억원을 지원, 관정 개발과 양수장 설치 및 저수지 배수로 준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저수율 50% 이하인 저수지는 하류 지역 농경지 퇴수 등을 양수해 물 채우기를 하고, 용수손실 방지를 위한 급수체계를 긴급 점검하고 있다.
천수답 등 취약 농경지에 저류지(둠벙) 준설과 양수기 등을 지원하기 위한 국비와 도비 3억3천만 원도 지원했다.
전북도도 50억 원을 투입해 관정 개발과 양수장 설치를 추진하고, 가뭄대책 상황실도 가동하는 중이다.
울산시 역시 지난달 가뭄대책 상황실을 설치한 데 이어 양수장과 관정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예산 지원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