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술이"…술 시장 판도까지 바꾼 MZ

입력 2022-06-03 19:41
수정 2022-06-03 20:31
팬데믹 매출 효자 '술'…고객 발길잡고 수익 시너지
"4캔 만원 사라졌어도"…쏟아지는 신상 술
혼술·홈술 문화에 입맛 다양해진 MZ 덕분
불붙은 편의점 '술 전쟁'…메이저 주류업계도 MZ공략
<앵커>

요즘 2030세대가 주류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한정판 소주를 구입하기 위한 이른바 '오픈런' 행렬까지 등장했습니다.

전효성 기자 리포트 보시고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부산의 한 팝업스토어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이른바 '박재범 소주'로 불리는 '원 소주'가 일주일 간 한정 판매된다는 소식에 인파가 몰린 겁니다.

전통주인 해당 제품(1만 4,900원)은 일반 소주에 비해 가격이 몇 배는 비싸지만, 입소문을 타며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입니다.

[권오철 / 대구: 유명세 때문에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일찍부터 오게 됐어요. (밤) 12시에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처럼 2030 세대는 최근 주류 시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 한 유통업체(홈플러스) 조사에 따르면 올해 2030의 위스키 매출은 지난해보다 7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와인 역시 매출액(보틀벙커)의 절반 가량을 2030 세대가 차지할 만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주종입니다.

코로나 시기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가 퍼진 게 이같은 변화를 이끈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송이 / 영등포구: 와인을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집에 혼자 있을 때 여자 혼자 소주 먹으면 처량해 보여가지고 와인을 먹었고…]

[이승연 / 구리시: (집에서 먹을 땐) 맛있는 걸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확실히. 기존 술보다는 향이 더 첨가돼있고 과일향이나 과일 맛…]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자 유통업계는 젊은 세대를 노린 주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에서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곳은 주류 전문 편의점입니다. 가성비 와인으로 불리며 지난해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제품부터 위스키, 보드카까지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해당 매장은 지난 4월 일반 매장에서 주류 전문 매장으로 탈바꿈한 뒤 집객률(20%↑)과 고객단가(49%↑)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나성범 / 이마트24 ECT점장: 와인만 구매하기 보다는 와인과 안주를 겸비해서 가져가시니까 객단가가 어느정도 했고 고객들 만족도도 높은 편이고요…]

또한 편의점 업체들은 단독 주류 상품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독 출시 상품은 편의점 고객 발걸음을 독점할 수 있다보니 업체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기도 합니다.

[유통업계 관계자: 워낙 (주류) 수요층이 커지다보니 차별화를 통해서 (편의점)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색 주류나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고…]

2030세대의 달라진 입맛이 주류·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여름 주류 대전의 승자는 누가될 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앵커>

요즘 유통업계에서 가장 핫한 단어를 꼽자면 단연코 ‘오픈런’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뉴스플러스에서 명품과 아트 오픈런을 짚어봤는데요, 이번에는 술 오픈런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못 보던 술이 나온다'는 말이 나올 만큼 술 시장이 뜨거운데요.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술에서도 오픈런 현상을 보인 건 코로나 이후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잖아요?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와 영업제한으로 술 문화에 변화가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인데요.

‘홈술’, ‘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술집이 아니라 마트나 편의점, 백화점 등에서 직접 술을 구매해서 집에서 먹는 문화가 생긴겁니다.

이 가운데 특히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단 장점 덕분에 주류 매출이 크게 증가했는데요.

편의점 4사 모두 지난해 주류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30% 뛰었고, 올해 5월까지 주류매출도 최소 10% 이상 늘었습니다.

이 같은 변화에 술 시장도 가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는데요.

코로나 이전에는 업소용과 가정용 비중이 절반씩이었다면, 지난해는 가정 시장 매출이 70%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만큼 커졌습니다.

특히 술은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하단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앵커>

배달이 되는 술도 있지 않나요?

<기자>

전통주만 가능한데요. 지역특산주와 민속주로 아주 제한적입니다.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품목이 바로 술이 된 거죠.

그렇지 않아도 술을 통해 고객을 유인해야 하는 입장인데, 술문화까지 바꼈으니 이때다 싶어 다양한 술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편의점이 특히 주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소믈리에가 점장인 편의점도 등장했다고요?

<기자>

술을 사는 고객은 객단가가 높기 때문인데요.

술만 사는게 아니라 안주류와 과자류, 음료까지 함께 구매하다보니 매출 증대 효과가 큽니다.

CU는 현재 다섯 곳에 주류 특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 편의점 대비 주류 매출이 평균 2배 정도 높습니다.

특히 양주는 6.8배, 와인은 4.1배 매출이 더 높게 나오는데, 주류 매출이 높은 만큼 안주류 매출도 평균 대비 0.5배 높아 시너지 효과가 있습니다.

이마트24는 전체 점포의 절반 이상(확인중)이 주류 특화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현재 3800개에 달하는데, 하반기 중 4000개까지 늘려 집객 효과를 높인단 계획입니다.

이들 매장에서 판매 하는 주종도 맥주에서 와인, 위스키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앵커>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거죠?

<기자>

1000여종의 주류를 구비한 주류 특화 매장도 등장했는데요.

'4캔에 만원' 맥주 사는 곳에서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는거죠.

특히 2030, MZ세대들이 이런 변화는 주도하고 있는데요.

아빠들의 술로 불렸던 위스키 구매자도 4명 중 3명이 MZ세대일 정도입니다.

기성세대처럼 술을 많이 먹지 않는 대신, 한잔을 마시더라도 특별한 술을 찾기 때문인데요.

SNS도 이 같은 프리미엄 술 소비에 영향을 줬습니다.

값싸고 대중적인 술보다는 비싸고 흔하지 않은 술을 마시면서 SNS로 인증하고 인정받는 게 MZ세대에겐 대단히 중요한 활동이란 점에서 그렇습니다.

<앵커>

이들을 겨냥한 술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것 같아요.

앞서 리포트에서 본 원소주는 꽤 비싸던데도 완판이 될 정도죠?

<기자>

소주도 고급화되고 있는 건데요.

증류식 소주로 불리는 프리미엄 소주가 MZ세대에서 인기입니다. 때문에 매출도 뛰었는데요.

증류식 소주의 5월 매출액을 보면, 편의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년 전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코로나로 레스토랑이나 바가 아닌 집에서도 여러 술을 다양한 레시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프리미엄 소주 매출이 늘고 있는 겁니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원소주 후속상품인 '원소주스피릿(GS25)'과 임창정 소주인 '소주 한잔(세븐일레븐)'도 선보인단 계획인데요.

프리미엄 소주 시장 규모도 3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주목해 볼 부분은 최근의 주류시장의 변화가 주류업계가 아니라 유통업계가 주도하고 있단 겁니다.

이러면 기존 주류업계 입장에서는 위협이 될 만한 상황 아닌가요? 어떤가요?

<기자>

이에 주류업계는 걱정할 정도는 아니란 입장입니다. 반짝 인기 아니겠냐면서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인데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유흥 시장도 활기를 찾고 있어 2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4월 18일부터 한달 간 테라와 카스 유흥시장 출고량은 전달과 비교해 각각 95%, 85%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매출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건데요. 2020년 본격적인 거리두기 조치 전보다 출고량이 10%가량 늘었단 설명입니다.

연 9조원 규모의 국내 주류시장에서 약 80%를 초록색 병 소주와 라거 맥주가 차지하고 있단 점도 기존 주류업계의 자신감을 뒷받침합니다.

연일 품귀현상을 보이는 '원소주'는 술 시장의 주류가 될 순 없다는 건데요.

다만, 기존 주류업계는 술을 다양하게 마시고 싶어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마케팅 전략을 고심중입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