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롯데제과가 오늘(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두 회사가 힘을 합쳐 연매출 4조 원에 달하는 우량 식품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인데요.
당장 아이스크림 사업에서 빙그레를 추월해 업계 1위에 오르는 데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종합식품회사로 진화, CJ제일제당을 따라잡겠다는 계산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오늘 주총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임시주총은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롯데제과 사옥에서 열렸습니다.
'합병계약서 승인 건'은 첫 번째 의안으로 표결에 부쳐져 무리 없이 통과됐는데요.
진행은 롯데제과의 수장이자 롯데그룹의 식품 사업을 총괄하는 이영구 대표이사가 맡았습니다.
이 대표는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 2017년 음료 사업부 대표까지 지낸 정통 '롯데맨'입니다.
2020년에는 롯데칠성음료의 통합 대표에 올라 음료와 주류로 쪼개져 있던 사업 분야를 합쳐 회사 실적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앵커>
롯데제과 지분 대부분을 롯데지주(48.2%)가 갖고 있긴 합니다만, 소액주주(16.7%)들의 반대 목소리도 크지 않았나 보군요.
두 회사 합병을 반기는 분위기인가 본데,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죠.
우선 왜 합치는 겁니까?
<기자>
롯데제과가 내세운 합병 배경을 정리하면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이중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빙과 경쟁사 대형화', 즉 빙그레 때문입니다.
빙그레는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1,325억 원에 사들였는데요.
당시 인수로 시장 점유율을 40.2%로 확대해 롯데제과(30.6%)를 꺾고 업계 1위에 올랐습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빙과 사업을 따로 펼쳐왔는데, 이번 합병(45.2%)으로 빙그레에 빼앗긴 선두 자리를 되찾게 됩니다.
<앵커>
결국 몸집을 키운 경쟁사에 맞서기 위해 한집 살림을 시작했다는 뜻이군요.
그런데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아이스크림을 각각 만들고 있었다고요?
<기자>
월드콘이나 설레임, 옥동자는 롯데제과의 브랜드고요, 아맛나, 돼지바, 거북알 등은 롯데푸드가 만듭니다.
빙그레는 투게더, 해태는 부라보콘이 대표 상품입니다.
아이스크림은 모양에 따라서 크게 막대기 모양의 '바'형, 떠먹는 방식의 '홈'형, 고깔 형태의 '콘'형 등으로 나뉘는데요.
각자의 기계 설비에 맞춰 공장을 합치고, 한두 곳 정도는 정리해서 불필요한 생산 라인은 걷어낸다는 계획입니다.
[정성원 / 롯데제과 수석 : 조직을 합병하면서 생산 라인과 물류 네트워크의 재배치를 통해서 운영 효율성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영등포, 대전, 양산, 천안에 있는 네 개의 공장 중에 한두 개의 빙과 라인을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HMR(가정간편식) 사업을 키워 글로벌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단 청사진도 내놨습니다.
<앵커>
종합식품회사가 목표라는 건 그간 그렇지 못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롯데제과, 뭐 하는 기업인지 짚어보죠?
<기자>
롯데제과는 신격호 창업주가 1967년 자본금 3천만 원으로 만든 회사입니다.
재계 5위인 한국 롯데그룹의 뿌리이자 전체 계열사의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죠.
전체 매출에서 빙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37.4%고, 빼빼로로 알려진 비스킷 사업이나 껌, 초콜릿 등 분야가 있습니다.
최근 제과 산업은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들이 급감하고, 다양한 먹거리가 늘어나면서 과자 자체에 대한 인기도 줄어들면서 성장세가 꺾인지 오래인데요.
과자에 치우친 사업구조 때문에 롯데제과는 최근 연매출 역시 2조 원 초반에 머무르는 상황입니다.
CJ제일제당이 설탕에서 출발했지만 '비비고'에 힘입어 세계적 브랜드로 나아가고, 일찌감치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며 진화를 거듭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앵커>
과거 '롯데'하면 국내 1등 식품 기업으로 기억되는데, CJ에 밀려난지 오래죠.
체면 찾기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서 매출 성장을 일으키려고 롯데푸드와 힘을 합치는 길을 택한 거군요.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롯데푸드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친형 이병각 회장이 1958년 세운 '일동산업'으로 출발했습니다.
1962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량생산 아이스크림인 '삼강하드'를 만든 주인공으로 1977년 롯데그룹에 인수됐습니다.
롯데푸드는 빙과 사업 외에도 B2B(기업간거래)에서 강점을 가졌는데요.
마가린이나 식품용 유지를 만들어 식품업체에 제공하는 분야의 매출(48.3%)이 제일 큰데, 회사 내에서 시험을 통과하면 유지 명인 자격증까지 줄 정도로 자부심이 크다고 합니다.
두 회사 모두 유제품을 주요 원재료로 쓰는 만큼, 합병을 하면 구매 단계에서 생산 재료들을 대규모로 사들일 수 있어 매입 단가를 낮추고, 물류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된 게 없어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1분기 영업이익 급감의 원인이 원재료 때문이었던 만큼 실적 개선에는 확실한 보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워낙 요즘에 농산물이나 기름 등 원재료들이 가뜩이나 비싼 상황이다 보니 매출원가 절감에는 보탬이 되겠군요.
그렇다면 합병회사, 투자 가치는 있을까요?
<기자>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합병 롯데제과의 연매출은 3조 8천억(3조 7,532원)에 달해 단번에 식품업계 선두권 도약이 가능합니다.
식품사업 연매출만 10조(9조 5,660억 원)에 달하는 절대강자 CJ제일제당을 제외하면, 3조 5천억 원 수준의 동원F&B(3조 4,906억 원)나 대상(3조 4,700원) 등을 꺾고 2위에 자리합니다.
합병 이후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7월 20일부터 거래가 시작될 예정인데요.
하나금융투자는 "예상 상장 시가총액이 1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합병 롯데제과가 현저한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오늘 종가 기준 CJ제일제당의 시가총액은 6조(5조 9,163억 원) 수준인데요.
합병 롯데제과의 매출이 CJ제일제당의 40%(39.3%)에 달하고, PER(주가수익비율)가 9.96배인 점에서 나온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앞서 짚어본 대로 국내 사업 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아직 구체적인 결합 후 비전이 나오지 않은 만큼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과제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