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는 소아 급성 간염을 두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원인불명 소아 급성 간염은 작년 10월 처음 발병이 확인된 후 전 세계에 600건 이상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영국에서 197건으로 가장 많고, 미국에도 180건이 보고됐다. 환자들은 대부분 1~16세이며, 대부분 복통·설사·구토 등 위장 계통의 증상을 보인 뒤 중증 급성 간염, 간 효소 수치 급증, 황달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감염 의심 사례가 1건 나온 바 있다.
이 급성 간염은 A·B·C·E형으로 분류되는 기존의 바이러스 간염이 아니며 대부분 복통·설사·구토 등 위장 계통의 증상을 보인 뒤 중증 급성 간염, 간 효소 수치 급증, 황달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입원이 불가피할 정도의 중증을 유발한다는 점이 문제다. 간이식을 받아야 했던 사례도 미국 15건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26건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연구자들은 이 급성 간염이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두거나 기존 바이러스가 그룹화하면서 새로운 증상을 유발했을 가능성 등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선 호흡기 질환을 주로 일으키는 아데노 바이러스가 연구 대상으로 지목됐다. 문제의 급성 간염을 앓은 환자들의 혈액에서 아데노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간염을 일으킨 경우는 드물고, 급성 간염 환자들의 간 조직에서도 징후가 나타나진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연관성도 연구 대상이다. 코로나19 환자의 간 기능이 악화한 사례들이 성인과 어린이 모두에 걸쳐 보고된 바 있다는 점 등에 비춰 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다기관염증증후군(MIS-C)이 간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시사점이 있다.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수 주 뒤 발열, 발진, 다발성 장기손상 등이 나타나는 전신성 염증반응으로, 주로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증후군 역시 소아 급성 간염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설명해 줄 하나의 병증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롱 쉬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린 어린이는 비정상적인 간 기능의 위험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에게 간 질환이 발생한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해서 새로운 소아 급성 간염의 원인을 코로나19라고 예단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소아 급성 간염의 원인을 찾고 있는 제이슨 킨드라추크 매니토바대 의학 미생물학 및 감염병학 교수는 "우리는 퍼즐 조각을 천천히 맞추고 있다"며 "아직 '이게 우리가 생각한 방향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퍼즐을 모으지 못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