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성과로 주목받은 분야에는 방산과 원전도 포함됐습니다.
국내 관련 기업들의 앞으로 대응이 특히 중요할 텐데요. 산업부 송민화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송 기자. 먼저 방산 FTA라고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 이른바 RDP가 추진되면서 국내 방산 기업이 연 500조 원 규모의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도 청신호를 밝히고 있지 않습니까?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어디인가요?
<기자>
국내 방위산업 기업을 취재한 결과 이번 RDP(국방상호조달협정)가 체결되면 가장 눈에 띄는 성과가 예상되는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였습니다.
국방 전력 가운데 항공기는 다른 육상 전력에 비해 수출 단가가 높고, 공급한 업체가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로 불립니다.
조만간 미 공군과 해군에서 전술훈련기를 새로 도입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KAI의 경공격기인 FA50이 해당 수주전에 나설 전망이라 이번 한미 RDP 논의가 가시화하면 KAI의 수주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RDP가 체결되면 어떤 혜택이 있기에 KAI가 유리한 건가요?
<기자>
지금까지는 미국으로 방산 수출을 할 때 미국산 부품을 최소 55%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거든요.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부품이 있음에도 쓸 수 없었던 거죠.
만약 이를 어기게 된다면 미 국방조달 입찰 시 가격에 50%가 추가된 금액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고 결국 가격 심사 단계에서 걸러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RDP 체결 이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고,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부품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 또한 갖출 수 있습니다.
KAI를 취재한 결과 다음 달 초 안현호 KAI 사장이 직접 미국으로 넘어가 미 록히드마틴과 전술훈련기 생산을 위한 전략적 협상에 나설 예정입니다.
KAI 측은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완제기 성능은 인정받았지만 방산품 수입 규정 때문에 계약 성사까지 상당히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기업 수장까지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미국 방산시장에서 대규모 수주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항공 엔진을 제작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KAI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동반 수혜가 예상됐습니다.
이 밖에 방산 업계는 아직 RDP를 개시한다는 논의 정도만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은 있지만 구체적인 수혜를 예상하긴 이르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원전 기업들도 살펴보죠.
한미 양국이 SMR 역량을 강화한다는 내용에 서명했잖아요.
국내 관련 업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소형모듈원자로인 SMR은 2020년대 말이나 돼야 상용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 당장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부분 입장이었습니다.
다만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까지 몰렸던 관련 업계는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입니다.
취재 결과 국내 기업 가운데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에서도 기자재 생산 기술력을 확보한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SMR의 경우 원천 기술면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받는 기업이 미국의 뉴스케일인데 기존 협력 관계에 더해 이번 정상회담으로 사업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최초의 원전 사고인 스리마일 사태 이후 미국 원전 기업은 설계나 원천 기술은 있어도 기자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은 남아있지 않거든요.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원전 업계에서 급부상하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두산에너빌리티와의 협업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정부 막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에도 이를 염두에 둔 원자력 관련 이야기가 오가긴 했지만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정권 바뀌고 탈원전 기조가 바뀌면서 SMR 사업은 확실히 탄력을 받는 모습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외에도 GS에너지와 삼성물산 SK 등이 미국 기업과 SMR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정상회담 이후 방산과 원전 업계에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얻은 것이 더 많은 지는 지켜봐야할 텐데요.
업계의 기대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할 부분은 어떤게 있을까요?
<기자>
우선 방산 분야에서 RDP라는 것은 상호 호의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미국의 무기체계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반대 급부를 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절충교역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인데요.
상호 수출입을 하면 수입국에서는 수출금액의 일정 비율을 반대급부로 받기로 돼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록히드마틴이 전투기를 만들어 팔 때 1대 당 가격이 1천억 원이라고 하면 300억 원은 반대 급부로 돌려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절충교역이 RDP 체결로 인해 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를 고려한 후속 조치가 조금 더 촘촘히 이뤄져야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전 업계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당장 업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곳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원전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SMR 사업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립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