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가 연일 폭락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자 금융당국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 거래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22일 가상자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일제히 공지를 통해 '제2의 루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루나 사태와 관련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동향 점검과 더불어 국내 거래소들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의 유의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권고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루나 사태가 터졌지만, 금융당국은 검사 또는 감독할 법적인 권한이 없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고지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투자에 따른 추가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돼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페킹)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말한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뇌관이 됐던 한국산 코인 테라가 스테이블 코인이다. 루나는 테라의 자매 코인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이번 루나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상장된 관련 종목들을 일제히 공지하고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나섰다.
업비트와 빗썸이 현재 거래를 지원하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종목은 각각 13개, 10개다. 코인원과 코빗은 루나를 포함해 각각 8개, 6개 종목의 거래를 지원한다. 고팍스는 지난 16일 루나와 테라KRT(KRT)를 상장 폐지해,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다.
코인원은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 화폐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방식과 다른 가상화폐와의 가치 연동을 통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법정 화폐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나뉜다"며 "이번에 폭락사태가 발생한 테라는 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은 내재한 시스템이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급격한 시세 변동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4개 거래소에 모두 상장된 스테이블 코인 관련 종목은 트론(TRX)이다. 트론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트론 스테이블 코인 'USDD'와 연동되며, 소각과 발행을 통해 유통량을 조절함으로써 USDD가 미국 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들 거래소는 "트론의 유통량에 관한 사항이 USDD와 상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USDD 가치가 달라지면 트론의 시세가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는 메이커(MKR)가 3곳, 니어프로토콜(NEAR)·다이(DAI)·리저브라이트(RSR) 스팀(STEEM) 웨이브(WAVES) 하이브(HIVE)가 2곳에 함께 상장돼 있다.
국내 거래소들과 당국은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나 관련 종목도 제2의 루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5대 원화 거래소 중 가장 늦은 지난 13일 루나의 입출금을 전면 중단한 업비트는 앞으로도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거래소의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원칙에 기반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 중 업비트만 루나의 입출금을 지원했던 시점에 일부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루나를 대거 송금해 매도했는데, 이 때문에 폭락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업비트는 "입출금을 막았더라면 당시 투자자들은 폭락하는 자산을 아예 팔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또 "다른 거래소들과 단절돼 가상화폐 가격이 왜곡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은 향후 비슷한 일이 생기면 입출금을 신속히 중단하는 등 조처를 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당정이 오는 23∼24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